3t의 코끼리가 보내는 1시간, 30g의 쥐가 보내는 1시간은 과연 같을까.

[책마을] 덩치 큰 동물, 생존에 유리할까
놀랍게도 두 동물이 일생 동안 뛰는 심장박동수는 20억 회로 똑같다. 하지만 체중이 10만 배 차이 나고 수명과 몸의 민첩성도 크게 다르다. 이들이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상대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제목처럼 코끼리에서 쥐, 고래에서 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동물을 물리학적, 역학적 대상으로 파악했다. 저자인 모토카와 다쓰오는 동물마다 차이를 만드는 핵심은 ‘크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동물의 생존전략과 행동방식은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가 파고든 질문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대표적으로 동물은 몸집이 커지는 쪽으로 진화했는데 과연 큰 게 좋은 거냐는 물음이다. 저자는 큰 게 좋지 않다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코프의 법칙’ 때문이다. 이 법칙은 같은 계통의 동물 중 몸집이 큰 종이 진화 과정에서 더 늦게 출현하는 경향을 뜻한다. 몸집이 크면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작아 외부 환경 변화에 강해진다. 천적이 줄고 먹잇감을 얻기도 쉬워진다. 하지만 그만큼 한 세대의 수명도 길기 때문에 극복할 수 없는 환경 변화를 마주하면 이를 극복할 변이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멸종하기 쉽다. 공룡이 대표적이다.

자동차처럼 바퀴가 달린 동물은 왜 없는지, 지렁이가 뱀처럼 굵어질 순 없는지 등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자연의 일부이자 동물의 한 종이면서 점점 자연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인간의 본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이상대 옮김, 김영사, 280쪽, 1만4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