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모네·마티스… 록펠러 부부 소장품 5300억대 '경매쇼'
19~20C 미술, 현대미술, 장식품 등
6개 테마로 나눠 1550여점 출품
100~1만달러 소품은 온라인서
한국 고미술품도 19점 나와
피카소의 '꽃바구니를 든…'
추정가 970억~1300억대
마티스 작품도 750억~970억원
수익금은 12개 단체에 기부
◆5300억원대 세기의 경매쇼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는 록펠러 가문이 수집한 미술품과 애장품 1550여 점을 오프라인(5월8~10일)과 온라인 경매(5월1~11일. 100~1만달러 소품)에 부친다고 11일 발표했다. ‘페기&데이비드 록펠러 컬렉션’이란 제목이 붙은 경매 리스트에는 피카소, 모네, 마티스, 쇠라, 마네, 고갱, 코로, 칼더, 드 쿠닝 등 거장들의 걸작은 물론 유럽 및 한국 중국 일본의 고미술품, 디자인가구와 인테리어 장식품, 진귀한 도자기가 대거 올라 있다. 추정가 총액도 5억달러(약 5300억원)에 달한다. 판매 수익금은 하버드대, MoMA, 록펠러대 등 문화, 교육, 의학, 환경 연구 분야 12개 단체에 전달될 예정이다.
자선경매 홍보를 위해 이날 한국을 찾은 코너 조던 크리스티 부회장은 “크리스티는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유명 인사의 소장품을 경매에 부쳐 화제를 모았다”며 “록펠러 부부의 소장품 자선경매도 그에 못지않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피카소 748억원대 작품 등장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피카소가 1905년 완성한 누드화 ‘꽃바구니를 든 어린 소녀’다. 보헤미안 소녀를 우수 어리게 묘사한 수작이다. 애조 띤 느낌이 물씬 나는 이 그림의 추정가는 9000만~1억2000만달러(970억~1300억원)다. 앙리 마티스의 유화 ‘목련 옆에 누워 있는 오달리스크’도 추정가 7000만~9000만달러(750억~970억원)에 나온다. 1923년 프랑스 니스에서 그린 이 작품은 오달리스크 테마 작품 중에서 화려하면서도 자유분방해 마티스 작품 중 최고가 낙찰이 점쳐지고 있다. 록펠러는 이 그림을 평생 거실에 걸어놓고 감상했다고 한다.
클로드 모네의 1914~1917년 작인 ‘수련’은 추정가 5000만~7000만달러(540억~750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록펠러는 회고록에서 “늦은 오후 연못의 분위기가 환상적으로 묘사돼 작품을 본 즉시 바로 구입을 결정했다”고 적었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작품 ‘베니스 풍경’도 출품됐다. 화면의 절반을 연한 산호색으로 통일하고, 하늘과 운하만 푸른색으로 처리해 담담하고 몽환적으로 묘사했다. 마네의 정물화 ‘라일락과 장미’(700만~1000만달러), 모빌 조각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작품(250만~350만달러),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드 쿠닝의 작품도 응찰 경쟁이 예상된다.
◆조선시대 소반 등 19점도 나와
다음달 10일 열리는 ‘여행과 아메리카나’ 테마 경매에서는 록펠러가 한국 등 동아시아를 여행하며 수집한 고미술품이 대거 쏟아진다. 한국 작품으로는 조선시대 소반, 반닫이, 목안(나무로 만든 기러기), 근대 한국화 등 19점이 나와 있다. 청나라 강희제 시대에 제작된 황금 아미타불(40만~60만달러)은 정교한 장식과 빼어난 표현이 돋보인다.
이학준 크리스티코리아 대표는 “록펠러 가문은 ‘미국의 메디치가’로 불렸다”며 “록펠러 부부의 숭고한 뜻이 반영된 자선경매는 예술사랑에 관한 진지한 대화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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