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림동 한경갤러리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프랑스 화가 장마리 자키.
서울 중림동 한경갤러리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프랑스 화가 장마리 자키.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마음껏 상상하고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평범한 것도 화가의 눈을 통하면 특이하게 보일 때가 많거든요. 관능적인 자연에 대한 호기심은 제 작업과 창의의 원동력입니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오는 26일까지)을 열기 위해 지난 7일 방한한 프랑스 국민화가 장마리 자키(72)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파리 현대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한 그는 고향 코르시카섬과 지중해 연안, 파리 등을 무대로 청·백·녹색 위주의 백송과 자작나무, 꽃, 풍경을 반추상 형태로 선보여온 원로 작가다. 19세 때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프랑스 화가전’에 참가하며 미술계에 입문한 그는 독일 한스 토마미술관과 중국 톈진미술관, 일본 도쿄 중앙박물관,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미술관, 스위스 로잔 현대미술국제살롱전 등에 잇달아 참가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루이 14세에 의해 창설된 프랑스화가협회 회장을 지낸 그는 2007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 기념전시회에 프랑스 대표 작가로 참가하기도 했다.

한·프랑스 수교 132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상응’. 유화 판화 드로잉 등 20여 점의 작품을 걸어 한국과 프랑스의 우정이 더욱 돈독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백송의 화가’로 불리는 작가는 “이 시대에 팽배한 황금만능주의의 물결을 거스르면서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제가 탐구하는 가장 중요한 예술적 가치는 조화와 평온입니다. 빛과 그림자, 색채를 통해 자연의 신비로움을 간파하려 노력하고요.”

‘자연의 전원’ ‘감동’ ‘신비스러운 공간’ 등 작품들에 나타난 그의 미학 세계는 절제와 조응의 미학으로 특징된다. 그는 “기운차게 하늘로 치솟은 백송과 자작나무, 활짝 핀 꽃, 코발트 빛 바다 등에 자연의 관능미를 녹여냈다”며 “자연은 우리를 숨 쉬게 하기 때문에 인간과 교감을 응축하는 데 매력적인 소재”라고 설명했다.

자연의 속살을 드러낸 그의 작품은 힘 있고 정교하다. 작업 과정도 쉽지 않다. 물감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그는 가장 어두운색부터 시작해서 그보다 한 톤 밝은 색상으로 바꿔가며 형상을 묘사하고, 그 위에 또 한 톤 밝은색을 입히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작품마다 수천 번을 붓질한 뒤 나이프로 입체감을 살려낸다.

인상파 화가 피에르 보나르의 화풍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그는 “파리 근교 작업실에서 하루 16시간 작업하면 지겨울 때도 있지만 붓과 나이프로 자연과 대화하다 보면 새로운 것을 더 많이 배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