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 흐드러지게 핀 녹산로에서 '힐링 여행'
4월 7일부터 15일까지 ‘제주 유채꽃 축제’ 개막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거문오름
짧아서 안타까운 봄. 긴 겨울을 견디고 화려하게 핀 봄꽃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잠깐 사이에 지나가는 봄을 붙잡고 싶다면 바지런을 떨어야 할 때. 푸른 바다, 정겨운 돌담, 샛노란 유채꽃이 어우러진 제주에선 봄 잔치가 한창이다. 발길이 닿는 곳 어디서나 봄기운이 느껴진다. 제주도 전역을 물들인 노란 유채꽃을 벗 삼아 걷고, 제주 특유의 자연미를 간직한 오름에서 봄의 절정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늦기 전에 조금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지금도 봄은 우리 곁을 떠나고 있으니 말이다.

노란빛으로 가득한 제주 속으로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곳곳에 유채꽃이 피어 있었다. 3월 초부터 피기 시작하는 유채꽃은 4월까지 섬 전역을 노랗게 수놓는다. 원래 제주의 유채는 기름과 먹거리로 쓰고자 많이 재배됐다. 물자가 부족했던 제주에서 식용 기름으로 쓸 수 있는 유채는 소중한 작물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제주가 사랑받는 관광지로 발돋움하면서, 유채꽃은 이제 제주의 봄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유채꽃과 벚꽃이 함께 핀 제주 녹산로.

유채꽃과 벚꽃이 함께 핀 제주 녹산로.

제주에서 유채꽃을 즐기기 좋은 대표적인 장소는 어디일까. 제주 현지인에게 묻자 ‘녹산로’라는 답이 바로 튀어나왔다. 녹산로는 제주시 조천읍 서진승마장에서 정석항공관을 지나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까지 이어지는 약 10㎞ 길이의 도로다. 찾아갔을 때는 녹산로에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하늘에는 분홍빛 벚꽃이, 땅에는 초록 줄기 사이로 고개를 내민 노란 유채꽃이 가득해서 보는 내내 찬탄이 절로 나온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을 만큼 명소가 된 녹산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운전하던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도로에 차를 세운 채 꽃을 감상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4월 7일부터 15일까지 가시리 조랑말 체험공원 일대에서 ‘제주 유채꽃 축제’가 펼쳐진다.

4월 7일부터 15일까지 가시리 조랑말 체험공원 일대에서 ‘제주 유채꽃 축제’가 펼쳐진다.

녹산로 주변에는 제주도 최대 규모의 유채꽃 군락지인 가시리 조랑말 체험공원이 있다. 4월 7일부터 15일까지는 이곳에서 ‘제주 유채꽃 축제’가 펼쳐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노란빛 유채꽃밭과 저 멀리 바람개비 같은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지면 가히 동화 속 한 장면이 연출된다. 한라봉 주스를 한 잔 사서 여유롭게 유채꽃밭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마음에 평안함이 찾아온다. 7일부터 시작되는 축제는 ‘꽃길만 가시리’를 주제로 열리며 유채꽃 뮤직페스티벌, 축하공연, 문화예술 공연, 유채꽃 가요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최된다.

유채꽃에 예술적 감성을 더하다
광치기 해변 주변의 소규모 유채꽃 단지에서 바라본 성산 일출봉.

광치기 해변 주변의 소규모 유채꽃 단지에서 바라본 성산 일출봉.

성산 일출봉 주변을 지난다면 인근의 광치기 해변으로 가보자. 이곳에는 소규모 유채꽃 단지가 많은데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유채꽃과 함께 화사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잘 꾸민 포토존이 많은 것도 보너스. 개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1,000~2,000원의 입장료가 있지만 비용이 아깝지 않을 만큼 실컷 유채꽃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섭지코지에서도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핀 유채꽃을 만날 수 있다. 도드라지게 솟아 있는 하얀 등대나 높은 언덕에 오르면 초록빛 잔디밭과 푸른 바다, 노란 유채꽃이 어우러진 색채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섭지코지에서 들러볼 만한 곳은 아르누보 공예예술품 전문 미술관인 유민미술관이다. 이곳에서는 1894년부터 약 20년간 유럽 전역에서 일어났던 공예디자인 운동인 아르누보의 유리공예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면 에밀 갈레, 돔 형제, 외젠 미쉘, 르네 랄리크 등 아르누보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은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지니어스로사이’에 새롭게 조성된 것이어서 건물 자체를 둘러보는 즐거움도 크다. 미술관 정원은 제주의 자연과 돌담을 활용해서 주변 풍경과 이질감 없이 다가온다. 특히 건물로 가는 정원 통로에는 안도 다다오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와 흐르는 물을 조화시킨 벽천이라는 이름의 인공폭포가 있다. 잠시 눈을 감고 귀로 물소리를 감상하면 평안한 느낌이 가슴을 채운다.
유민미술관에서 바라본 성산 일출봉이 액자 속 작품처럼 보인다.

유민미술관에서 바라본 성산 일출봉이 액자 속 작품처럼 보인다.

벽천 끝에서는 현무암 벽 사이로 보이는 성산 일출봉을 만날 수 있다. 벽은 마치 성산 일출봉을 액자에 넣은 듯한 효과를 내는데 이러한 차경(借景)을 통해 성산 일출봉을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세계적인 거장의 건축물과 흔치 않은 미술작품을 동시에 볼 기회. 입장료는 성인 1만2000원이며 표를 살 때 오디오가이드가 무료로 제공된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거문오름
하늘에서 내려다 본 거문오름 /제주관광공사 제공

하늘에서 내려다 본 거문오름 /제주관광공사 제공

봄을 맞아 산행을 하며 삼림욕을 통해 상쾌한 공기를 만끽하면 어떨까. 제주에서 자연의 변화를 눈으로 실감하고, 발길 닿는 곳마다 이어지는 초록색의 축제를 만나려면 오름 등반이 딱이다.
제주 방문 이틀째, 해가 뜨자마자 향한 곳은 해발 456m의 거문오름이었다. 거문오름은 나무가 우거져서 숲이 검게 보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제주도의 368개 오름 중 유일하게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이후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거문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들은 북동쪽으로 해안선까지 내려가면서 만장굴, 김녕굴 등 20여 개의 동굴을 형성했다. 지형적, 생성적 학술 가치가 높은 제주 동굴들의 기원이 거문오름이며, 그 특별함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는 이유가 됐다.
거문오름 등반의 출발점인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입구.

거문오름 등반의 출발점인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입구.

거문오름 탐방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앞에서 시작된다. 총 3개 코스로 구성됐으며 약 1.8㎞로 1시간 소요되는 전망대 코스, 약 5.5㎞로 2시간 30분 소요되는 분화구 코스, 약 10㎞로 3시간 30분 소요되는 전체 코스다.
거문오름을 오르는 사람들.

거문오름을 오르는 사람들.

거문오름 탐방에는 전문 해설사가 동행한다. 모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곳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둘러볼 수 있어서 좀 더 알찬 등반이 가능하다.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삼나무 군락지에 닿았다. 원래 제주도에는 삼나무가 없었으나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3년부터 심기 시작했고 지금은 빽빽하게 자라는 삼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피톤치드 가득한 곳에서 숨을 들이마시니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도시의 미세먼지에 찌든 폐가 순식간에 정화되는 기분에 절로 깊은 숨을 쉬게 된다. 쉬엄쉬엄 걷다 보니 정상 지점을 지나면 전망대에 닿는다. 사방이 탁 트인 곳에서 주변을 바라보니 여기저기 솟아 있는 오름과 저 멀리 한라산이 병풍처럼 주변을 감싸고 있다.
동행한 자연유산해설사는 오름 이름의 유래에 대해 설명했다. “제주도 사람들은 산은 오직 한라산만 산이라 부르고 나머지는 오름으로 불렀어요. 오름 이름은 특징을 살려서 붙이는데 붉은 오름은 색이 붉어서, 민오름은 나무가 없어서, 절물오름은 절하고 물이 있어서, 물찻오름은 분화구에 물이 고여 있어서 그렇게 불렀습니다.” 오름에 다른 이름이 붙은 것은 행정기관에서 한자 표기를 위해 악(岳), 봉(峰) 등을 써서 표기했기 때문이란다.

명당에서 소원을 빌다
거문오름에는 10여곳에 이르는 일본군 갱도진지가 있다

거문오름에는 10여곳에 이르는 일본군 갱도진지가 있다

분화구 코스에서는 ‘땅속에서 바람이 나오는 구멍’을 뜻하는 풍혈,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파놓은 갱도 진지와 화전민이 숯을 굽던 숯가마 터, 용암함몰구, 수직동굴 등을 만날 수 있다. 거문오름의 분화구는 백록담의 3배 정도의 크기로 제주에서 불을 뿜었던 분화구 중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설명하던 자연유산해설사는 갑자기 소원을 빌라는 주문을 했다. “거문오름에는 9개 봉우리가 있습니다. 어떤 학자는 분화구를 둘러싼 9개 봉우리를 용에, 알오름을 여의주에 비유하기도 했죠. 풍수적으로 구룡농주(九龍弄珠) 모양의 지형으로 아홉 마리 용이 여의주를 가지고 논다는 뜻입니다. 여의주에 해당하는 알오름은 기가 꽉 찬 곳이라 소원을 빌면 잘 이뤄진다고 합니다. 단, 돈에 대한 것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거문오름을 탐방하는 방문객들.

거문오름을 탐방하는 방문객들.

분화구 코스를 둘러본 후에는 출발점인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로 돌아올 수 있다. 이곳에서 거문오름에 대한 정보를 더 얻어보자. ‘상설전시실’에서는 제주와 한라산의 생성과정을 재현한 영상, 거문오름의 지질학적 특징과 가치 소개, 용암동굴의 구조 및 생성물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제주도의 자연을 바탕으로 만든 ‘4D 영상관’에서는 거문오름을 비롯해 만장굴, 김녕굴, 비자림, 정방폭포, 한라산 등을 실감 나게 만날 수 있다. 오전 9시 3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상영된다.

여행팁
거문오름 탐방은 사전예약제로 이뤄지는데 예약은 탐방 희망 전 달 1일부터 선착순으로 이뤄지고, 당일 예약은 안 된다. 하루 입장객을 450명으로 제한하니 원하는 날짜에 오르려면 일찍 예약하는 것이 좋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자연유산해설사와 함께 탐방할 수 있고 물 이외의 음식물은 반입이 금지된다. 우산, 스틱, 아이젠 등 뾰족한 물건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매주 화요일은 쉰다.
제주도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공식 관광정보 포털 사이트 ‘비짓제주(visitjeju.net)’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포털에서는 관광지, 음식점, 숙박, 쇼핑, 교통, 테마여행, 제주알아가기 등의 다양한 여행정보를 제공한다.

김명상 한경텐아시아 기자 terr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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