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정상급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대만국가교향악단이 공연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아시아 정상급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대만국가교향악단이 공연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올해로 30회를 맞은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가 지난 1일 막을 올렸다. 오는 21일까지 대만국가교향악단과 국내 16개 교향악단이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이어 27일부터 내달 27일까지 한 달 동안 같은 예술의전당에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클래식 페스티벌이 4~5월 연이어 무대를 달굴 예정이어서 애호가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막 오른 교향악 잔치… 샤오치아 뤼·백건우 협연 관심
지난달 31일 전야제로 시작된 ‘2018 교향악축제’는 오는 21일까지 총 15차례의 오케스트라 무대를 남겨놓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공연은 5일 대만 출신 세계적 지휘자 샤오치아 뤼가 이끄는 대만국가교향악단의 연주다. 예술의전당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클래식 축제로 발돋움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 홍콩필하모닉에 이어 올해도 해외 악단을 초청했다.

1987년 창단된 대만국가교향악단은 베토벤, 차이코프스키부터 말러, 쇼스타코비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고 있는 악단으로 알려져 있다. 오페라 시리즈를 구성해 심포니와 오페라를 골고루 선보이기도 한다. 2010년 샤오치아 뤼의 음악 감독 취임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는 세계 3대 지휘 콩쿠르인 프랑스 브장송 콩쿠르, 네덜란드의 키릴 콘드라신 콩쿠르, 이탈리아의 페드로티 콩쿠르에서 모두 우승해 각광받은 인물이다. 그는 대만국가교향악단 외에도 남덴마크필하모닉 상임지휘까지 맡아 아시아, 유럽에서 두루 활동하고 있다.

한국 대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이들과 호흡을 맞춰 더욱 화제다. 협연곡은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한국과 대만의 두 거장이 협연하는 의미 있는 무대”라며 “이런 기획들을 앞으로도 발전시켜 교향악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육성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이어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한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젊은 한국 협연자들의 무대도 인기다. 독일 뮌헨 ARD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손정범(19)은 4일 대전시향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한다. 일본 센다이 국제 콩쿠르 등에서 우승을 거머쥔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1)은 6일 서울시향과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선보인다. 이날 지휘는 성시연이 맡는다. 두 여성 음악가의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무대가 기대된다.

김광현(원주시향) 등 젊은 지휘자들과 제임스 저드(대전시향) 등 외국인 지휘자도 관심이다. 최근 상임지휘자가 바뀐 ‘정치용-코리안심포니’ ‘최수열-부산시립교향악단’의 조합이 어떤 화음을 만들어낼지도 주목된다.

오는 19일과 21일 마지막 두 공연에서는 말러의 ‘교향곡 5번’이 똑같은 레퍼토리로 정해져 이목을 끈다. 19일엔 지휘자 정인혁이 이끄는 강남심포니가, 21일엔 지휘자 박영민이 맡고 있는 부천필하모닉이 공연한다. 5악장에 걸친 이 작품은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장송행진곡, 춤곡의 선율을 먼저 펼쳐 보인 뒤 4악장에 이르면 낭만적이면서도 쓸쓸한 사랑의 감정을 담아낸다. 마지막 악장에선 웅장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로 대미를 장식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