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무대에서 활동하는 여성 화가는 한국미술협회 회원(3만6000여 명)을 기준으로 2만여 명(약 60%)에 달한다. 전국 화랑 400여 곳 가운데 여성이 최고경영자인 곳은 약 200곳으로 추산된다.

미술계 여성 파워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화가에서부터 상업화랑과 미술관, 미술품 경매회사 경영자에 이르기까지 ‘여전사’들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다. 특유의 섬세하고 치밀한 전문성으로 직접 미술 콘텐츠를 다루는 여성들의 영향력은 한국 미술문화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커졌다.
미술계 '우먼 파워', 경매·화랑·화단 장악하다
◆양대 경매회사 여성 대표 기용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의 대표 자리도 동갑내기 여성들이 포진하고 있다.

서울옥션이 2014년 이옥경 가나아트갤러리 대표(57)를 부회장 겸 대표이사로 전격 기용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엔 K옥션이 과학자 출신 최고경영자 신미남 전 두산 퓨얼셀BU 사장(57)을 새 대표로 선임했다. 미술사업에 처음 도전한 신 대표는 내년 말로 예정된 기업공개(IPO) 준비에 집중하면서 신규 컬렉터와의 네트워크 구축, 미술시장 대중화를 위한 온라인 경매 활성화, 악기 등 경매품목 다양화, 미술품 담보대출 업무 등으로 차별화된 K옥션의 미래를 준비해간다는 포부다.

경쟁 관계인 서울옥션의 이 대표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낙찰총액 목표를 1200억원으로 잡고 홍콩 경매와 서울 강남권 ‘큰손’ 컬렉터 잡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 2월 홍콩 센트럴완차이의 H퀸스빌딩에 전시장과 경매장을 겸한 공간 에스에이플러스(SA+)를 개관한 데 이어 오는 10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로 문을 열 신사옥 건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국내 최대 현대미술 축제 이끌어

국내 최대 현대미술 축제를 이끌고 있는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도 여성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작년 7월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외동딸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53)을 대표로 기용했다. 국내외 미술계의 폭넓은 네트워크와 미술분야 전문성, 경영 능력을 겸비한 김 대표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여성 고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는 오는 9월7일 개막하는 제20회 비엔날레 주제를 ‘상상된 경계들’로 잡고 11명 큐레이터의 공동큐레이터십으로 7개의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140여 개 화랑들의 연합단체인 한국화랑협회도 이화익 이화익갤러리 대표(60)가 이끌고 있다. 이화여대를 나와 국립현대미술관 디렉터를 거쳐 2001년 이화익갤러리를 개업한 이 회장은 기업들의 그림 구입비에 대한 법인세액 공제한도 확대에 최대 역점을 두고 협회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춘 스타급 여성 작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설치 작가 김수자 이불 양혜규 문경원 등은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또 하나의 미디어아트 장르를 선도하며 세계적인 작가들과 경쟁하고 있다. ‘빛의 화가’ 방혜자, 파독 간호사 출신 화가 노은님, ‘보리밭 작가’ 이숙자, 김원숙, 황주리 씨 등은 한국적 정서를 동·서양의 기법으로 녹여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화랑 1세대 최고경영자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75), 최근 단색화 열풍을 주도한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69),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 명예회장(60), 박강자 금호미술관장(76),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57) 등도 미술계에서 ‘우먼 파워’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김윤섭 미술경영연구소장은 “최근 들어 감성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능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미술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여성 경영인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