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지난달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유럽체임버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지난달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유럽체임버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그리스 태생의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바이올린과 지휘봉을 동시에 잡았던 때는 2016년 9월 통영국제음악당에서였다. 당시 그는 국내 TIMF 앙상블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다. 그러고는 하이든과 베토벤 교향곡을 지휘했다. 지난달 27일과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 오른 카바코스와 유럽체임버오케스트라의 내한도 통영 때와 마찬가지로 양일을 협주곡으로 문을 열었고, 각각 두 곡의 교향곡을 선보였다. 필자가 관람한 날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교향곡 38번 ‘프라하’와 슈만 교향곡 2번이 오른 지난달 28일 공연이었다.

세계적인 명성의 솔리스트가 연주와 지휘를 겸장할 때 관객들의 즐거움은 두 배가 된다. 반대로 연주자로 들려주는 음악과 지휘자로 빚어내는 음악의 ‘결’이 달라 실망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지휘자로서의 모습을 얼른 기억에서 지워버고 싶어진다.

이번 공연에서 카바코스는 바이올린을 잡았을 때나 지휘봉을 들었을 때나 일관된 음악적 색채를 보여줬다. 모차르트 협주곡에서 들려준 여유 있는 속도감과 비브라토(음을 흔드는 주법)를 절제한 담백한 분위기는 유럽체임버와 함께한 모차르트 교향곡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유럽체임버는 카바코스의 예민한 움직임에 반응하며 소리를 내는 1734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같았다.

많은 이들이 카바코스의 연주에 감동했겠지만, 필자에게는 유럽체임버의 역사와 내력 또한 인상적이었다. 한 악단의 내력은 반드시 연주로 스며 나온다. 전통과 그것을 가꿔온 시간은 그래서 무섭다. 유럽 연합 청소년관현악단을 모태로 1981년 창단됐고 지금도 창단 멤버 13명이 함께하고 있다. 청소년오케스트라로 조직됐지만 멤버들이 성장해 유명 오케스트라와 실내악단의 멤버가 되거나 저명한 교수가 되면서 악단도 자연스레 명성을 얻었다.

무엇보다 이 악단은 음악감독을 두지 않은 채 공연과 음반 녹음을 한다. 청소년기부터 함께해온 우정이 지금의 음악적 자율성과 내적 원동력이 됐다. 지휘자 자리에 누가 서든, 그 사람도 악단의 일원이 되고자 한다. ‘열린 구조’가 이들의 음악적 자산이자 정체성이란 느낌을 받는다.

카바코스는 유럽체임버의 열린 구조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고 고수하고자 하는 모차르트와 슈만에 대한 관점을 충분히 역설했다는 생각이 든다.

송현민 음악칼럼니스트 bstso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