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지금 '오셀로' 나왔다면… "인종차별 안돼"
‘셰익스피어 씨께,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살아야죠. 사느냐 죽느냐가 어째서 문제가 되나요.’(15쪽)

아주 유쾌한 책이 출간됐다.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디킨스 카프카 톨스토이 헤밍웨이 카뮈 등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을 유머를 담아 호기롭게 비판한 《망작들》이다.

저자는 수백 년 동안 세계 문학사를 빛내 온 걸작 원고가 21세기 출판사 편집자에게 투고됐을 때 어떤 답변을 받았을지 상상해 이 책을 썼다. 세계적 문호들의 작품은 모두 냉정하게 거절당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는 ‘정치적 올바름’이 문제가 됐다. “소수자들은 괴롭히면 안 됩니다. 그런데 또 그러시는군요. 이번에는 흑인종이네요. 인종 문제는 건드리지 마세요, 작가님.”(17쪽·오셀로)

최근의 출판 트렌드에 맞지 않거나 마케팅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대작도 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 대해 저자는 “요즘 칙릿 문학(chick-lit, 20·30대 미혼여성의 일과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의 흐름에서 좀 벗어나있는 것 같다. ‘브리짓 존스’ 같은 작품을 원했다”며 퇴짜를 놓고, 구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에 대해서는 “우리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책에다 약간의 프랑스 후추를 친 원고를 바랐다”며 거절한다.

편집자의 확신에 찬 거절은 결과적으로 모두 오판이다. 그러나 이런 ‘걸작’을 ‘망작’으로 치부하는 유쾌하고도 짧은 서평을 읽고 나면 고전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은 없어질 것 같다.(리카르도 보치 지음, 진영인 옮김, 꿈꾼문고, 156쪽, 1만3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