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스톱 잘 치는 사람이 투자도 잘 한다고?
고스톱과 투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 무엇이 어떤 점수를 내는지 알아야 한다. 고스톱에서는 광, 피, 고도리 등 점수를 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투자 역시 주식, 채권, 펀드 등 다양한 방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여러 가지를 골고루 가지고 있지 않으면 뜻밖의 손실을 볼 수 있다. 고스톱에서는 일정 모양의 카드를 모으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먼저 점수를 냈을 때 두 배의 돈을 주어야 한다. 투자에서도 주식의 한 종목에만 투자했는데 다른 종목은 다 오르고 내가 산 종목만 떨어지면 박탈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곳에 나누는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계속할 건지, 멈출 건지 결정해야 한다. 고스톱에서 3점이 넘으면 ‘스톱’을 할 수 있다. 아니면 게임을 끝내지 않고 ‘고’를 할 수 있는 선택도 있다. 투자에서도 어느 순간이 되면 계속 투자할지, 수익을 실현할지 결정해야 한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15년간 6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한 투자 전문가 출신이다. 오랜 외국 생활 뒤 한국에 와서 뒤늦게 알게 된 고스톱의 규칙이 투자의 기본 원리와 너무도 비슷한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는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투자의 법칙》에서 현명한 장기 투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기초 지식을 담았다. 저자는 “투자는 평생 해야 할 게임과도 같다”며 “기본 법칙을 모르면 게임에 참가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 책의 1부에서는 투자라는 게임의 원칙과 게임을 함께하는 플레이어들, 게임 점수와 환경에 대해 설명한다. 17세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 탄생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역사적 사건들을 되짚어본다. 이어 중앙은행 정부 투자은행 자산운용사 등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다양한 참가자의 특징도 살펴본다. 2부에서는 주식 채권 펀드 금 등 12가지 금융 상품의 원리와 투자 전략을 탐구한다. 3부에서는 나만의 투자 목표를 설정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펀드 투자의 법칙을 알려주며 과거의 수익률에 연연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2016년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는 펀드를 과거 성과에 따라 그룹으로 분류하고 이 같은 그룹이 이후 수년간 어떻게 변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과거의 성과는 의미 있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았다. 따라서 펀드를 고를 때 수수료와 비용을 가장 먼저 살펴보고 난 뒤 변동성이 얼마나 컸는지를 따져보라는 것이다.

거의 모든 재테크 서적은 다양한 자산에 투자를 배분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와 동시에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리밸런싱’ 방법을 자세히 설명한다. 만일 처음에 투자금 1000만원 중 8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고 200만원을 채권에 투자했다고 치자. 석 달 뒤 주식이 10% 올라 880만원이 되고, 채권이 5% 떨어져 190만원이 됐다. 이 경우 주식과 채권의 비율이 80 대 20에서 변동이 생긴다. 이때 원래의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주식을 조금 팔고 채권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 자연스럽게 재조정된다.

저자는 투자할 때 수익을 내는 자산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정한 배분율을 정해 놓고 사고팔면 감성적 판단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