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 지음 / 정미나 옮김 / 21세기북스 / 324쪽│1만6000원

정부·기업·학교 등 현대사회 전반
'평균적 인간'의 함정에 빠져있어

산업화 시대 틀 다진 공 있지만
개개인의 특성·존엄은 억눌러
들쭉날쭉·맥락 등 개인성 원칙이
사회·기업 발전 이끄는 원동력
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1940년대 말, 미국 공군은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다. 제트엔진 장착으로 비행 속도가 높아지면서 전투기 사고가 빈발했기 때문이다. 수차례 조사에 나섰지만 기체 자체나 조종술 등에서 뚜렷한 결함이나 과실을 찾지 못했다. 담당자들은 20여 년 전인 1926년 남성 조종사들의 평균 신체 치수에 맞춰 설계된 조종석에 주목했다. 그사이 조종사들의 체격이 커지지 않았을까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책마을] 근대의 산물 '평균주의' 이젠 버릴 때도 됐다

공군은 즉시 4000여 명의 현역 조종사를 대상으로 항목별 평균 신체 치수를 산출했다. 다들 새로 산출된 평균 치수를 바탕으로 조종석이 설계되면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측정 업무를 담당한 길버트 대니얼스 중위는 이런 가설을 의심했다. 그는 키, 가슴둘레, 팔 길이 등 조종과 연관성이 높은 10개 항목의 평균치(평균값의 편차 30% 이내)를 낸 뒤 조종사 개개인의 수치를 ‘평균적 조종사’의 수치와 일일이 대조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전 항목에서 평균치에 드는 조종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평균적 조종사’ 같은 것은 없었다. 평균을 기준으로 조종석을 설계해봐야 어느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조종석을 만드는 셈이었다.

그는 설계 방식을 평균치보다 개개인에게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공군은 이를 전격 수용했다. 조종석을 ‘개인 맞춤형’으로 설계하도록 지시했다. 항공기 제작사들은 비용과 엔지니어링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했으나 항공 엔지니어들은 해결책을 속속 내놨다. 그중 하나가 ‘조절 가능한 시트’로 현재 모든 자동차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기술이다. ‘개인 맞춤형’ 설계가 실용화되자 조종사들의 비행술이 크게 향상됐다. 이후 미군은 ‘개인 맞춤형 설계’ 지침을 모든 부문의 장비로 확대했다.

교육신경과학 분야의 권위자인 토드 로즈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가 쓴 《평균의 종말(The End of Average)》은 첫머리에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난 미국 공군의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한다. 이 사례에는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주장하는 내용과 개선 방안이 함축돼 있다.

그는 “군대 밖의 사회에서도 군의 선례를 따랐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아쉬워한다. 현재의 우리 사회는 여전히 ‘평균적인 인간’의 유효성을 믿고 있으며 대다수 정부와 기업, 학교, 과학단체가 평균치에 따라 정책을 내놓고, 조직을 설계하고, 직원과 학생을 평가하고, 연구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는 개개인을 ‘평균’이란 허구적 이상과 비교하도록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평균이 출생부터 사망까지 삶의 모든 면을 특징지으며 자존심의 가장 내밀한 판단까지 침투한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로즈 교수는 ‘평균적인 조종사’처럼 평균적인 재능과 두뇌, 지능, 성격 같은 개념도 잘못된 허상임을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와 기업, 공교육 전반을 지배하는 ‘평균주의’의 일차원적·본질주의적·규범적 사고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에 상응하는 ‘개인성(individuality)’의 3원칙인 들쭉날쭉, 맥락, 경로의 원칙을 소개한다.

‘들쭉날쭉의 원칙’은 한마디로 재능, 지능, 성격, 창의성 등 인간의 거의 모든 특성은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식으로 개인에게는 ‘전반적 지능’이 있다는 일차원적 가설을 거부한다. ‘맥락의 원칙’은 인간은 내향적인 동시에 외향적이고, 이성적인 동시에 감정적인 모순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고 설명한다. ‘경로의 원칙’은 신체와 지능 등의 ‘정상적인’ 발달 속도나 경로를 인정하지 않는다. ‘빠를수록 더 똑똑하다’는 것은 거짓말이며 개개인에게 적절한 발달 경로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근대의 산물인 평균주의가 사회 발전의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고 산업화시대의 틀을 다지며 부를 창출하는 바탕이 됐음을 일정 부분 인정한다. “전반적으로 보면 보편적 평균주의 시스템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부유한 민주주의 수립에 기여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대가가 따랐다”며 평균주의의 결함과 폐해를 조목조목 지적한다. 핵심은 개개인의 가치와 특성, 잠재력을 억압하고, 개개인성의 존엄을 상실케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제 더 이상 산업시대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개개인의 특기와 장점을 고려하는 능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회 발전이 좌우되는 세상으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미 공군의 혁신 사례처럼 ‘평균인’이 아니라 ‘개개인’의 특성과 가치에 초점을 맞춰 환경을 재설계해야 한다”며 산업계와 공교육의 개혁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실제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딜로이트, 코스트코 등 개인성의 원칙을 업무 전반에 도입해 혁신이 조직망 구석구석에서 수시로 일어나게 한 기업들의 사례를 자세하게 소개한다. 그는 “과학과 기술 발전으로 개개인의 재능을 알아보는 능력이 예전에는 꿈도 못 꾸었던 수준에 올라섰다”며 “평균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개개인성의 원칙을 활용한다면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개인적 삶에서 성취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