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윌슨
스티븐 윌슨
영국 런던 출신의 미술가 스티븐 윌슨(40)은 일상의 오브제를 수집해 자신만의 독특한 컬러와 시각으로 표현한 ‘네오 팝아티스트’다. 그는 일러스트레이터를 비롯해 프린트, 타이포그래피, 그래픽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대미술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패션업체 에르메스를 비롯해 나이키, 코카콜라, 시트로엥, 게리쏭, 칭다오, 코카콜라, 아디다스, YG엔터테인먼트 등 명품 브랜드와 협업한 데 이어 작년에는 패션사진 거장인 칼 라거펠트와 손잡고 작업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현대미술 및 일상과의 접점을 찾아나선 윌슨의 다채로운 협업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가 개관 6주년을 맞아 19일 개막한 그의 개인전을 통해서다.
서울 중림동 한경갤러리에 전시된 스티븐 윌슨의 실크스크린 프린트 ‘스니커’.
서울 중림동 한경갤러리에 전시된 스티븐 윌슨의 실크스크린 프린트 ‘스니커’.
‘팝-사이키델릭(Pop-psychedelic·색채 도취-색채 유희)’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일상의 사물을 다채로운 색채로 연출한 작업은 물론 고급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실크스크린 프린트 30여 점이 걸렸다.

윌슨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시각예술을 자신만의 독특한 컬러와 문법으로 채색하며 문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그는 1960년대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등을 중심으로 일어난 팝아트 장르에 1960~197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행한 사이키델릭 아트를 결합한 형태의 예술을 지향해왔다.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물과 아이콘을 해석하는 데에는 팝아트 방식을 취하지만, 색채가 흘러내리는 기법을 통해 환각적 미감을 연출한다.

그는 화가이기 이전에 이미지를 전달하는 메신저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주로 평범한 일상 사물에서 예술을 뽑아낸다. 첨단 산업사회에서 미술을 자꾸 다른 차원이라고 눈가림하는 행태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매일 공산품과 접하는 현대인을 심리적으로 고요하게 하고, 지혜롭고 더 나아지는 모습이 되도록 해 줘야 한다는 게 그의 미학론이다.

일상 예술의 단초를 3원색(노란색·초록색·붉은색)에서 찾는 것도 흥미롭다. 그는 맥주, 신발, 자전거, 새 등 사물에 시각적 도취 상태를 만들어 내기 위해 세 개의 색층을 붓고 흘러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전체적으로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 낸다.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캐릭터 ‘크렁크’의 경우 3원색 배열과 이미지 형태의 변화에 신경 쓰면서 브랜드마다 특징을 살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크렁크에 우주복을 입히거나 얼굴을 확대해 사람들에게 친숙함을 알리는 동시에 사물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코카콜라와 칭다오 브랜드 협업작품도 3원색의 흘러내리기 기법을 통해 브랜드의 호감도와 생동감은 물론 상품에 대한 환각적 마력을 살려냈다.

뉴욕관광청과 협업한 ‘자전거’ 시리즈, 이원 씨의 시집 《사랑은 탄생하라》(문학과 지성)에 나오는 시어들을 시각화한 작품도 야릇한 감성을 자극한다. 전시는 내달 5일까지.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