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빨강·노랑·초록… 11가지 색에 얽힌 인간사
색은 특정 의미나 상징과 연결된다. 파랑은 우울, 흰색은 순결과 이어지고 정치적 좌파는 빨강을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색의 의미는 절대적이지 않다. 노랑은 유럽 회화에서 예수를 배신한 유다의 망토 색으로 선택될 정도로 비겁함을 뜻했다. 일본에서는 정반대로 영웅주의를 의미하는 색으로 통해 영웅을 숭배한 무사들은 가슴에 노란 국화를 달았다. 초록은 일반적으로 평화를 뜻하지만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오셀로》에서 사용한 ‘초록 눈의 괴물’이라는 표현 때문에 서구에서는 질투를 의미하기도 한다.

《컬러 인문학》은 빨강부터 금색까지 11가지 색을 목차로 나누고 각각의 색에 얽힌 인간의 역사, 문화, 예술 관련 에피소드와 정보를 망라했다. 색깔이 어떻게 특정 상징과 의미를 갖게 됐는지, 같은 색이 어째서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지 이해할 수 있다. 영국 런던대 버크벡칼리지 문화 및 미디어학부 교수인 개빈 에번스가 썼다.

색에 대한 인식은 편견이 되기도 한다. ‘분홍은 여자아이의 색, 파랑은 남자아이의 색’이라는 통념이 그 예다. 저자는 1900년대 초반 기사들을 소개한다. 당시 영미권에선 여자아이에게 파란 옷을, 남자아이에게 분홍 옷을 입히는 게 전통이었다. ‘분홍은 여자의 색’이라는 시각은 1950년대 이후 패션, 화장품업계 회사들의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전략에서 유래했다. 저자는 “우리의 색 인식은 문화의 우연한 산물일 뿐”이라며 “특정 색의 영원한 의미에서 벗어나는 순간 나머지 색도 눈에 들어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썼다.(강미경 옮김, 김영사, 224쪽, 2만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