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원 화백의 ‘철쭉들의 합창’.
강길원 화백의 ‘철쭉들의 합창’.
“저는 그림을 그리며 오직 순수 자연에 머물고자 했습니다. 자연으로 인해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항상 자연과 동질성을 갖고자 했고요.”

1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팔순 기념 초대전을 시작하는 강길원 화백은 평생 ‘자연미’를 추구하며 풍경화에 천착했다고 말했다.

1962년 국전 특선 작가로 데뷔한 강 화백은 50년 넘게 화폭을 떠나지 않았다. 경희대와 공주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도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하며 독자적인 화풍을 선보였다. 1980~1990년대에는 가까운 것을 굵은 선묘로 작게 그리는 ‘강길원 원근법’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한국의 대표적 구상 미술단체인 목우회 고문과 공주대 명예교수로 활동하는 그는 오는 2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 우리 산하의 사계절을 맑은 붓 터치와 굵은 필선으로 풀어낸 풍경화 20여 점을 내놓는다.

제주가 고향인 강 화백은 전국의 명산과 강, 바다를 찾아가 자연에서 느끼는 감흥을 여과 없이 캔버스에 쏟아붓는다. 그림의 근본은 아름다운 것을 묘사하는 것이고, 화가 역시 수양을 근본으로 해야 창조력이 발휘된다고 믿는다. 특히 본질적인 미의 창조를 기반으로 사유하면서도 기교가 너무 앞서거나 사실성이 지나치게 결여돼서도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의 풍경화들이 다른 화가의 작품과 섞어 놔도 딱 ‘강길원 것’이라고 짚어낼 수 있을 만큼 체취가 독특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풍경은 내 주변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공감을 주는 진실”이라는 말을 입에 담고 살 만큼 섬뜩할 정도의 개성이 그의 그림에서 풍긴다. 오래 묵혀 발효하고 뭉그러진 색과 형태로 자연에 대한 열망을 뒤섞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현실 저 너머의 자연을 그렸다.

실제로 광채를 뿜어내는 화면은 다채로운 색채와 어우러져 야생의 뜨거움으로 번지며 숭고미를 만든다. 철쭉으로 물든 들, 유채꽃이 활짝 핀 제주, 단풍이 물든 설악산과 같은 작품은 굵고 강한 선이 전체 풍경을 압도하면서도 전체적인 조화가 이뤄져 있다. ‘옛날 그림’ 같지만, 붓질과 물감이 생생한 ‘정말 그림’ 같은 느낌을 전한다. (02)549-311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