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미국 여성 흑인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유 혹은 죽음, 둘 중 하나였다.”

미국 여성 흑인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은 1822년 메릴랜드주의 한 농장에서 노예 3세로 태어났다. 20대 후반이던 1849년 건강이 나빠졌다. 노예로서의 가치도 떨어졌다. 농장 주인은 그를 내다 팔려 했다. 그는 아픈 몸으로 노예 생활을 하다 죽는 것이 두려웠다. 부모와 헤어지는 것도 싫었다.

터브먼은 그해 9월 농장을 탈출해 노예제가 폐지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로 갔다. 그곳에서 자유를 누렸지만 메릴랜드에 남은 부모, 형제, 친구들 생각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남부 흑인 노예의 탈출을 돕는 조직인 ‘지하철로’에 가입했다. 수십 차례 남부를 오가며 그의 부모를 포함해 노예 수백 명을 탈출시켰다. 유대인의 이집트 탈출을 이끈 모세에 비유해 ‘흑인 노예들의 모세’라고 불렸다.

1861년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북부연합군에 자원입대했다. 처음에는 취사병, 간호병으로 근무하다 이후 정찰병 겸 스파이로 활약했다. 여성의 몸으로 전장을 누빈 그에겐 ‘터브먼 장군’이란 별명이 붙었다. 말년에는 여성 참정권을 위해 활동했다.

터브먼은 1913년 3월10일 91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2016년 미국 재무부는 터브먼의 얼굴을 새 20달러 지폐에 넣겠다고 발표했다. 실현됐다면 미국 역사상 지폐에 등장하는 최초의 흑인이자 여성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재무부가 이 계획을 백지화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