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인문학자' 보스트리지 "예술·관객·단원 하나로 잇겠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리허설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고 감동도 받았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예술을 통해 단원들은 물론 관객과도 하나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서울시향의 첫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된 영국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54·사진)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뉴욕 카네기홀과 런던 위그모어홀에서도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했다”며 “당시 이해를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독창적인 시도를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올해의 음악가는 매년 음악가를 선정해 그의 음악세계를 깊이 다뤄보는 프로그램이다. 베를린필하모닉, 뉴욕필하모닉 등에서도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향과 올해 모두 일곱 차례 무대에 서는 보스트리지는 “서울시향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데 주력하겠다”며 “관계 형성은 음악을 할 때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스트리지는 ‘노래하는 인문학자’ ‘박사 테너’란 별명으로 유명하다.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철학과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음악에 대한 꿈을 잊지 못해 29세에 성악가가 됐다. 독일의 세계적 리트(예술가곡) 전문가인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전폭적인 지원(개인레슨)과 권유가 계기였다. 그는 데뷔 3년 만인 1996년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받으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워너클래식 발매 앨범 ‘셰익스피어의 노래’로 그래미상을 받았다.

“학자에서 음악가로 바뀌는 과정은 느리고 길었지만, 동시에 너무나 분명했습니다. 음악가는 살아 있는 음악을 구현해내야 하기 때문에 학자와 달리 직관적이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예술가로서 활동하는 게 더 만족스럽습니다.”

서울시향과 함께 오르는 첫 무대는 6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실내악 시리즈1’이다. 1부에선 슈베르트 가곡 ‘백조의 노래’와 ‘강 위에서’, 베토벤의 ‘멀리 있는 연인에게’를 선보인다. 2부에선 말러의 가곡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와 본 윌리엄스의 ‘웬로크의 벼랑’을 노래한다.

“올해 일곱 번의 공연 모두 의미 있지만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첫 공연이 특별합니다. 슈베르트와 베토벤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음악적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겁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