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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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이 중국 국가주석직 연임 제한 규정을 헌법에서 삭제하는 절차에 들어가면서 중국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전 세계가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의 많은 언론은 시진핑의 종신 독재를 위한 작업이 본격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중국 경제와 기업혁신 이론을 주로 연구하는 필자는 평소 주변 기업인들로부터 “앞으로 중국의 미래와 경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요즘만큼 중국의 미래에 대한 이슈에 관심이 집중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중국과 복잡한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변화에 그 어느 나라보다 민감하게 주목해야 한다.

[책마을] 네 가지 갈림길에 선 중국… "정치개혁 없이는 미래 불안정"
데이비드 샴보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일찌감치 그의 저작 《중국의 미래(원제 China’s future)》에서 요즘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했다. 샴보 교수는 2016년 미국에서 출간한 이 책에서 “시진핑이 기존 중국 공산당 규정에 따라 2022년에 물러나야 하지만 책략을 써서 임기를 연장하려 시도할 것이고, 중국 공산당이 권력 독점에 제약을 가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내다봤다.

샴보 교수는 세계 최고 중국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조지워싱턴대 교수와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겸직하면서 지난 40년 동안 중국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30여 권의 저술과 수많은 논문을 써왔다. 이 책은 중국의 미래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논의하고, 이 가능성에 대한 결과를 평가한 그의 최근작이다. 중국의 현황과 앞으로 펼쳐질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중국이 로터리에 도착한 자동차처럼 네 갈래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도 역시 네 가지다. △중국의 미래가 퇴행과 위축, 붕괴로 갈 위험이 높은 ‘신(新)전체주의(Neo-Totalitarianism)’ 노선으로 복귀하는 길 △현재처럼 제한적 개혁의 길이 가능한 ‘경성 권위주의(Hard Authoritarianism)’를 유지하는 것 △권위주의 노선은 유지하지만 시민들이 다양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면서 정치 시스템을 자유화하는 ‘연성 권위주의(Soft Authoritarianism)’로 돌아설 가능성 △마지막으로 완전히 새로운 길인 ‘준(準)민주주의(Semi-Democracy)’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주요 요인을 분석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이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할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그는 중국이 가까운 미래에도 ‘경성 권위주의’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통제력을 강화하고, 힘을 본인에게 집중시키는 시진핑의 성향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경제개혁은 정치개혁이 병행돼 추진되지 않는 한 도달할 수 없는 목표”라며 “시진핑은 정치체제를 개혁할 생각이 없어 중국의 미래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런 방향으로는 중국은 결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중국의 지위는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한국과 한반도의 미래에서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중국보다 중요한 변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대상국인 동시에 북한의 전통 우방이다. 중국은 한국이 중요한 경제 파트너임이 분명함에도 지난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으로 경제제재를 가했다. 중국은 현재와 미래의 경제, 정치, 안보에 서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므로 우리가 중국에 언제 어떤 포지셔닝(태도나 입장, 대응자세)을 취해야 하는가가 큰 과제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어떤 시나리오로 중국의 미래가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2000년 초 중국과 관련해 서방에서 쏟아져 나왔던 수많은 비관적 예측을 뒤로하고 중국은 현재까지 놀라운 성장을 이뤄왔다. 한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넘긴 데는 중국의 성장에 따른 한국의 대(對)중국 중간재 수출 확대가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 경제가 어려워진다면 과도한 중국 시장 수출 의존은 부메랑이 돼 우리를 힘들게 할 것이다. 막연히 우리에게 유리한 시나리오가 펼쳐지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수출다변화를 통해 혹시 모를 미래의 충격에 대비하고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과의 관계를 더욱 튼튼히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오철 <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