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W가 제작해 지난해 베트남에서 방송한 웹예능 ‘만나면 대결’ 시즌4.
RBW가 제작해 지난해 베트남에서 방송한 웹예능 ‘만나면 대결’ 시즌4.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는 요즘 베트남에서 상어와 여우 캐릭터가 나오는 동요 애니메이션 ‘핑크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평일 오후 4시30분부터 30분간 베트남 지상파 HTV3에서 정규 방송하면서 같은 시간대 프로그램 시청률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 인기 어린이 MC 보보와 키키가 핑크퐁 콘텐츠를 소개하는 등 콘텐츠를 현지 스타일로 가공해 보여준다. 스마트스터디는 또 핑크퐁의 베트남판 유튜브 채널을 열기 위해 베트남어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국내 콘텐츠 기업들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불거진 중국을 대신할 신흥 시장으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아세안 지역이 중국에 버금가는 콘텐츠 소비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10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아세안은 인구 규모가 세계 3위(6억4000만 명)권이다. 국내총생산은 약 2조8000억달러로 세계 5위권이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세 미만으로 나타나 콘텐츠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스터디는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에서도 현지 아스트로그룹과 계약을 맺고 동남아 최대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인 ‘온디맨드’에서 핑크퐁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지 홈쇼핑 채널인 고샵에서 핑크퐁 인형, 도서(사운드북) 등 캐릭터 상품도 판매해 선주문으로 완판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3개국에서 핑크퐁 공연을 선보이고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현지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 활동도 펼쳤다.

걸그룹 마마무 소속사인 RBW는 베트남에서 오는 7일부터 매주 한 편씩 60분짜리 웹예능프로그램 ‘만나면 대결’ 시즌5를 네이버 V앱을 통해 방송한다. 현지 연예인 남녀가 먹방, 게임, 퀴즈 등을 대결하는 프로그램이다. 2016년 12월 처음 선보인 후 동시접속자 수가 최고 16만 명, 편당 평균 재생 수가 10만 건 이상일 정도로 인기를 얻으며 시즌제가 정착했다. RBW는 또 베트남에서 작년 12월부터 새 웹예능 ‘가사의 재탄생’도 네이버 V앱을 통해 방송하고 있다. 현지 연예인들이 상황에 따라 가사를 바꿔 노래를 부르는 쇼로 동시접속자 수가 평균 1만 명에 달한다.

RBW는 2014년 베트남 국영방송 VTV에서 ‘슈퍼스타K’ 베트남 버전을 제작 방송하면서 V팝(베트남팝) 시장을 개척해 현지 가수 배우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김진우 RBW 대표는 “최근 창업투자회사들로부터 120억원을 투자받았다”며 “조만간 베트남에서 광고대행과 가수 양성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글로벌 웹툰 플랫폼 ‘라인웹툰’은 현지화한 웹툰 콘텐츠로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에서 웹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웹툰의 고유 단어와 문화를 살리면서도 현지인들의 웃음 코드를 반영해 번역하는 등 그들의 감성에 맞게 접근하는 전략이 효과를 봤다. 국내에서 유망 작가를 발굴하는 시스템인 ‘네이버 도전만화’ 시스템을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도입해 자국 문화와 감성을 잘 살릴 수 있는 현지 작가도 적극 발굴하고 있다. 태국 도전만화 시스템으로 발굴한 태국 작가의 웹툰 중 현지 사회문제인 10대 미혼모 이슈를 다룬 작품 ‘teen mom’은 100만 독자를 돌파한 후 태국 방송사 GMMTV를 통해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웹툰 플랫폼 ‘코미카’도 있다. 코미카는 2016년 말부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진출해 1일 현재 3개국 회원 수 11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는 웹툰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코미카는 3개국 현지어로 플랫폼을 직접 개발해 운영 중이다.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글로벌사업본부장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6개국의 콘텐츠 시장은 2016년 기준으로 연간 약 487억달러, 연평균 성장률 8.1%에 달하는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현지 정치, 문화, 종교적인 특성을 고려해 진출 전략을 세우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