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관계 유지해야 하는 나트륨
맵고 짜게 먹는 식습관 탓에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상당히 높다. 지난해 기준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권장량 2000㎎보다 1.8배 많은 3669㎎이다. 소금으로 치면 9g이다. 큰 밥숟가락으로 소금을 한 번 푼 양이다. 최근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다고 나트륨 섭취를 줄이거나 끊는 저염식·무염식이 인기다. 나트륨을 너무 많이 먹는 것도 해롭지만 너무 적게 먹는 것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체중의 0.15%를 차지하는 나트륨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의 수분량과 혈압을 적정하게 조절하는 영양소다. 체온을 유지하고 적혈구의 산소 운반·노폐물 배출을 돕는다. 또 몸 안에 전위차를 발생시켜 신경 전달을 원활하게 해 각 기관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 포도당과 아미노산을 흡수하는 데 필요한 기능도 수행한다.

나트륨은 우리 몸에 불가결한 성분이지만 지나치면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진다. 나트륨을 다량 섭취하면 식욕이 좋아진다. 체내 나트륨이 증가하면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수분 섭취량이 줄어든다. 이는 공복감을 일으킨다. 과식으로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 매일 5g 이상 소금을 먹는 사람은 고혈압 가능성도 커진다. 그 결과 심장마비나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에 걸릴 수 있다. 나트륨이 위벽을 긁어낸 상처가 심해지면 위염에 걸린다.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로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 체내 나트륨이 배출돼 뼈에 있는 칼슘까지 빠져나가 골다공증 위험이 커지고 콜라겐 수치를 급격히 떨어뜨려 피부 노화를 촉진한다.

그렇다고 나트륨을 완전히 멀리하는 저염식·무염식이 정답은 아니다. 김진욱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극단적으로 소금 섭취를 제한하면 여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체액은 염도 0.9%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제 기능을 온전히 발휘한다. 나트륨 결핍은 상대적으로 체액의 염도를 저하시킨다. 체내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면 삼투에 의해 수분이 혈액에서 세포로 이동하는데 이를 저나트륨혈증이라고 한다. 삼투는 나트륨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물이 이동하는 현상이다.

체내 나트륨 농도가 정상이면 혈액의 나트륨 농도가 세포보다 높아 수분이 세포로 침투하지 않는다. 그러나 농도가 낮으면 혈액의 수분이 세포로 직접 들어간다. 세포가 사용할 수 있는 나트륨은 적은데 수분이 많으면 조직이 팽창한다. 부종이다. 또 체액의 염도가 낮아지면 몸의 항상성이 흐트러져 구토, 설사, 발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김 교수는 “체내 나트륨이 많이 부족하면 저나트륨혈증이 발병할 수 있다”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WHO의 권장 섭취량을 지키는 게 좋다. 티스푼 한 숟가락 정도다. 김 교수는 “나트륨 하루 권장 섭취량은 보통의 건강한 성인이라면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식사를 통해 충분히 섭취 가능한 양”이라고 했다. 그는 또 “현실적인 건강식은 소금을 아예 먹지 않는 게 아니라 줄이는 것”이라며 “평소 국물을 마시지 않거나 음식을 조리할 때 소금을 덜 사용하는 식으로 소급 섭취량을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