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애덤 윌킨스 지음 / 김수민 옮김 / 을유문화사 / 672쪽│2만5000원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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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로 가족을 잃은 꼬마 곰의 런던 생활기를 다룬 가족영화 ‘패딩턴2’를 보면서 감탄했던 것은 곰의 표정이었다. 기쁨과 슬픔, 놀라움, 외로움, 처연함 등을 어쩌면 저렇게 잘 표현했을까 싶었다. 하지만 패딩턴이 진짜 곰이라면 그런 생생한 표정 연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네 발 달린 동물들의 얼굴 근육은 사람처럼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얼굴은 시각, 후각, 미각 등 중요한 감각기관 5개 중 3개가 모여 있는 감각 본부일 뿐만 아니라 감정 상태를 광범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매우 정교하고 민감한 의사소통 도구다. 때문에 얼굴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요소이자 서로를 식별하는 신분증과도 같다. 얼굴은 어떻게 인간의 삶에서 이토록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을까.

미국 출신의 유전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애덤 윌킨스는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에서 얼굴은 참신한 진화적 산물이라며 인간의 얼굴이 지닌 특징과 얼굴 진화의 역사가 인간의 본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는지 추적한다. 이를 위해 화석 기록부터 유전학, 생물학, 인류학 등 인간의 진화에 관한 최신 과학 연구의 성과를 두루 동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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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얼굴에 관한 진화론적 연구 역사는 길지 않다. 영국의 생리학자 찰스 벨이 1806년 저서 《회화에서 표현의 해부에 관한 에세이》에서 얼굴 근육이 인간의 표정을 만드는 직접적 요인임을 밝히면서 인간만이 이런 근육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찰스 다윈은 1872년 출간한 책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에서 얼굴 표정이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능력이라는 벨의 주장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모든 동물이 신체언어와 얼굴 표정 모두에서 광범위한 표현능력을 지녔으며, 인간의 얼굴과 표현능력은 오랜 기간에 걸친 진화를 통해 형성됐다는 것. 그 이후 얼굴의 진화를 다룬 책은 1929년 윌리엄 그레고리가 쓴 《어류에서 인간까지 우리의 얼굴》이 거의 유일했고, 애덤 윌킨스의 이 책은 그후 90년 가까운 간극을 잇는 책이라는 설명이다.

얼굴의 진화사를 다루는 이 책은 입체적이고 포괄적이다. 책은 5억 년 전 생존했던 작은 무악어류(턱이 없는 어류)인 최초 척추동물부터 유악어류, 포유류, 영장류, 인간으로 이어지는 진화의 역사를 따라간다. 진화의 역사에서 척추동물 머리는 어떻게 생겨났고, 유전적 특징들이 어떻게 얼굴의 다양성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척추동물의 얼굴은 턱의 발달, 치아 분화, 털가죽 등장 등 여러 차례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인간 중심 계통의 오랜 진화 경로를 따라 최초의 영장류부터 이후에 등장하는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까지, 또 최초의 호미닌부터 현대 호모사피엔스까지 얼굴 진화를 이야기한다. 얼굴의 형태적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길쭉했던 주둥이가 사라지고 이마가 생겨난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이 유인원과는 다른 얼굴을 갖게 됐다. 인간의 얼굴을 만드는 특성들은 대개 5500~5000만 년 전에 등장했으며 인간이 지닌 가장 독특한 특성인 언어를 통한 표현능력도 이때 생겨났다.

저자는 얼굴의 형태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얼굴의 진화가 있었기에 인류가 사회적 존재로 진화할 수 있었다는 것.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얼굴과 두뇌의 밀접한 관계에 주목한다. 시각(눈), 후각(코), 미각(입) 등이 모인 얼굴이 감각본부라면, 두뇌는 그런 감각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해석하고 명령하는 지휘통제소다.

인류는 얼굴의 다양한 감각과 얼굴 뒤편의 두뇌회로 작용을 통해 타인의 얼굴을 인식하고, 타인의 표정을 읽으며, 자신의 표정을 만들어 낸다. 얼굴 인식 능력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의 서막을 여는 역할을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인간의 사회성과 얼굴의 진화는 서로 맞물리면서 확대됐고, 진화한 얼굴은 인간이 더 복잡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진화를 거듭해온 인간의 얼굴, 그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저자는 세계화를 가장 중요한 변화 요인으로 꼽으면서 흥미로운 추론을 제시한다. 세계화와 함께 점점 더 많은 민족이 섞이면서 인간의 얼굴이 더 균질하게 세계화된다는 것. 또한 상대를 멸시하는 의미를 담은 ‘잡종’이라는 표현은 사라질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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