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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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이 국내 최초로 악기 경매사업에 뛰어든다. 악기 경매로 미술품 경매회사의 외형이 의미 있게 확대될 수 있을지 경매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악기 유통업체를 인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13일 K옥션 관계자는 “악기 유통회사 브라움과 협력해 올가을께 악기 경매를 시작할 것”이라며 “이를 K옥션의 주요 사업 분야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브라움과 지속적으로 상의하며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K옥션이 브라움을 인수해 자회사로 합병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브라움이 먼저 K옥션에 인수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K옥션은 이에 대해 “인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가능성은 열어 뒀다.

K옥션, '악기 경매' 시장 두드린다
브라움은 독일의 세계적 현악기 유통업체인 막홀드 한국지사가 전신이다. 지사 총괄이사로 일했던 노승원 현 대표가 지사를 인수해 2011년 브라움을 설립했다.

K옥션이 악기 경매를 시작하면 국내에선 사실상 첫 사례가 된다. 국내에서는 악기 경매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없었다. 악기 경매 행사도 단발성으로만 수차례 열렸을 뿐이다. 브라움도 악기 경매는 하지 않고 판매만 해왔다.

K옥션은 브라움을 활용해 고가(高價)의 클래식 악기 경매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는 전략이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세계 악기 경매시장 규모가 연간 4조~5조원 정도 되기 때문에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클래식 악기 중에서 현악기가 수요가 많고 가격도 비싸 이를 주로 다룰 것”으로 전망했다.

첫 경매는 올가을께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매에서는 3000만~5000만원대 현악기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억대 악기도 일부 포함될 전망이다.

K옥션 관계자는 “미술품 경매를 할 때 악기 경매를 병행할 예정”이라며 “단독 경매는 차후에 시장이 더 커진다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옥션의 이 같은 전략은 미술품 경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사업 개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국내 미술품 낙찰 총액은 2016년 1720억원에서 작년 1892억원으로 늘었지만 2015년의 1895억원과 비교하면 횡보했다. 더군다나 K옥션은 늦어도 내년 안에 기업공개(IPO, 증시 상장)한다는 목표여서 사업 외형과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K옥션은 악기 경매 사업의 주요 수요처를 해외로 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의 클래식 전공 인구가 1000만 명에 다다랐고 클래식을 듣고자 하는 수요도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중국 본토 내 경매가 금지돼 있어 중국인들은 악기를 주로 홍콩 경매에서 사온다”며 “한국이 홍콩 경매시장을 대체 내지 보완하는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있지만 한류의 영향으로 여전히 중국 사람들이 한국을 좋게 보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소더비, 크리스티 등 유명 경매회사가 악기 경매사업을 이미 해왔다. 영국에서는 온라인 경매회사 타리시오가 유명하다. K옥션은 이들과 주로 경쟁한다. 해외에서 고가의 악기로 가장 유명한 건 스트라디바리우스(600여 대)와 과르네리 델 제수(150여 대)다. 17~18세기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제작자 가문인 스트라디바리와 과르네리가 만든 현악기다. 뛰어난 음색에 희소성까지 더해져 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양병훈/김희경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