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전 벌인 '모란봉' 제외하고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은 개사
노래로 물꼬 튼 남북교류… 정치색 빼고 평화와 화합 연주
한 줄기 음악이 10여 년간 남북 문화교류를 가로막았던 벽에 틈을 내고 물꼬를 텄다.

날이 섰던 긴장도 한순간 누그러지는 듯했다.

북한 예술단으로는 15년 만에 남한을 찾아온 삼지연 관현악단이 들려준 40여 곡의 노래와 연주곡은 900여 석의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을 메운 관객과 140여 명의 예술단원을 하나로 만들었다.

첫 곡인 '반갑습니다'부터 마지막 곡인 '다시 만납시다'까지 한곡 한곡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큰 박수와 환호성으로 호응했다.

북측도 선곡부터 무대 연출까지 이번 공연을 성사시킨 계기가 된 평창동계올림픽의 주제인 평화와 화합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신경을 쓴 것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한복을 차려는 8명의 여가수가 들려준 세 번째 곡인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라는 노래에는 '평화의 노래'라는 부제가 달려 있었다.

뒤이어 여성 4인조가 전자 악기로 '내 나라 제일로 좋아'라는 곡을 박진감 넘치게 연주할 때는, 무대 뒤편의 대형 스크린에서 남북한의 자연과 유적지를 두루 보여줌으로써 한민족으로서의 동질감을 일깨우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래로 물꼬 튼 남북교류… 정치색 빼고 평화와 화합 연주
북측이 공연 전부터 예고했던 대로 'J에게'를 비롯해 '여정',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당신은 모르실거야', '이별', '최진사댁 셋째딸', '홀로 아리랑' 등 우리의 대중가요를 대거 레퍼토리에 포함해 친밀감을 더했으며, 관객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정치색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당초 북한 예술단이 준비한 곡 중 정치색이 짙은 '모란봉'과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연주곡 명단에 포함할지를 놓고 남북 양측이 공연 직전까지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단은 결국 '모란봉'을 연주에서 아예 제외했고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도 민감한 가사를 바꿔 불렀다.

공연 관계자는 "'백두와 한나는 내조국'은 연주가 됐는데 근데 가사가 좀 바뀐 듯하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끊어졌던 남북 문화교류의 다리를 10여 년 만에 다시 연결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공연 레퍼토리도 그에 걸맞게 짜였다는 평가다.

북한 예술단의 방남 공연은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당시 북한 예술단이 동행해 공연한 이후 15년 6개월 만이다.

남북이 함께 진행한 대규모 문화행사는 2006년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열린 윤이상 기념 음악회가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노래로 물꼬 튼 남북교류… 정치색 빼고 평화와 화합 연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