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열 부산시향 상임지휘자
최수열 부산시향 상임지휘자
국내 클래식계에 60~70대 지휘자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상임지휘자 자리가 그렇다. 이들을 뛰어넘을 차세대 지휘자가 말처럼 그렇게 쉽게 발굴되지도, 찾아볼 수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9월 부산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최수열(39)은 이런 점에서 국내 음악계에 새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젊은 나이에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의 리더가 된 점만이 아니다. 그는 2014년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로 활동하며 실력을 탄탄히 쌓아왔다. 2013년엔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지휘 마스터클래스’에서 정 전 감독과 단원들로부터 최고 점수를 받기도 했다.

최 상임지휘자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양사 같은 지휘자로 기억되고 싶다”며 “맛있으면서도 영양이 균형잡혀 있는 식단을 영양사가 짜야 하듯이 오케스트라가 성장하는 동시에 관객도 즐길 수 있는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지휘자가 목표”라고 말했다.

이런 목표에 걸맞게 그의 행보는 남다르다. 취임 직후 “부산시향에서의 임기 3년 동안 후기 낭만주의 음악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전곡 12작품을 완주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선 음악 해설 프로그램 ‘최수열의 고전두시: 오후의 하이든’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두 음악가의 작품이 동시대의 다른 작곡가 작품에 비해 잘 연주되지 않는 편이다.

R. 슈트라우스를 선택한 것은 부산시향이 걸어온 길, 연주곡목 리스트를 꼼꼼히 살펴본 결과였다. 부산시향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작곡가를 찾고 이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슈트라우스는 같은 후기 낭만주의 음악가 말러에 비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10여 년 전 부천필하모닉이 말러를 연주하기 전까지 말러 역시 생소한 음악가였죠. 말러 못지않은 정교한 실력을 가진 슈트라우스를 이제 국내에도 알릴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부산에서 시향 리허설과 연주로 바쁜 와중에도 서울 관객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부터 올해 10회에 걸쳐 진행하는 하이든 해설 프로그램에서다. 지난달 24일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하이든의 ‘교향곡 103번 큰북연타’, 트럼펫 연주자 성재창과 ‘트럼펫 협주곡’을 선보였다. 하이든의 음악 세계에 대한 그만의 생각을 덧붙이면서 한다.

“슈트라우스와 하이든 둘 다 많은 고뇌를 통해 잘 짜여진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이후 많은 음악가들이 이들의 선율을 따라 했을 정도입니다.”

오는 14일엔 피아니스트 최희연, KBS교향악단과 함께 하이든의 ‘교향곡 94번 놀람’ ‘피아노 협주곡 11번’을 들려준다.

“국내 많은 악단이 규모가 큰 후기 낭만주의 음악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 초기 고전주의 음악을 듣기 어려워졌어요. 아직 진행하는 게 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모든 음악의 출발점이 된 하이든을 재조명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