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영화 '성난 황소'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1940년대에 활약한 전설적 복서 제이크 라모타의 이야기를 다룬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성난 황소’(1980)는 미국영화협회가 2007년 선정한 100대 영화에서 4위에 오른 걸작이다. 영화의 시작은 링 위에서 몸을 푸는 라모타를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유명한 간주곡을 배경으로 보여준다. 정말 평화롭고 감동적인 곡이지만, 오페라에서는 간주곡 직후 결투가 벌어지고 주인공은 죽는다.

영화에서도 비슷하다. 라모타가 역경을 딛고 챔피언에 오르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영광의 정점에서 자신과 주변을 파괴하고 쇠락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평화올림픽을 표방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이 대회 이후 한반도에 밝은 미래를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