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이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예술의전당이 나아갈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이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예술의전당이 나아갈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이 국내 공연장 가운데 처음으로 산업디자인 전시공간을 마련한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이하 모마)을 벤치마킹해 추진한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술관에 식당, 카페 등 편의시설이 몰려있는 예술의전당 정문 쪽 비타민스테이션에 산업디자인 전시공간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 사장은 “뉴욕 모마에는 삼성,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의 신제품 전시공간이 있고, 연간 300만 명 가까이 전시를 본다”며 모마를 모델삼아 산업디자인 전시관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뉴욕 현대미술관 벤치마킹

국내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무대와 전시 장르는 폭이 넓지 않다. 클래식, 뮤지컬, 연극, 무용, 국악, 미술 정도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예술의전당이 이런 국내 예술계 지형도를 바꾸겠다고 자임하고 나섰다.

고 사장은 “예술의 핵심은 다양성인데, 국내 예술계는 쏠림 현상이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예술의전당에 산업디자인 전시장 등을 마련해 소외됐던 분야를 적극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휴대폰이나 TV, 자동차 디자인 또한 해외 선진국에선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본다”며 “공연장 내 디자인 전시관에 기업들도 자기 제품을 전시하려고 경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상 입지는 예술의전당 방문객들이 오래 머무는 비타민스테이션으로 잡았다.

◆“신인 예술가도 적극 육성할 것”

예술가를 직접 육성하는 기능도 강화할 방침이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오페라단 등 상주단체들이 있지만 예술의전당이 직접 관리, 운영하진 않는다. 신인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어려운 구조다. 고 사장은 “2016년 만든 어린이예술단을 출발점 삼아 잠재력이 큰 예술가들을 키워내기로 했다”며 “상주단체, 예술가들과 꾸준한 논의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 찾는 공연장으로 변화 시도

지난 30년간 예술의전당 누적 방문객은 5263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경기침체,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등의 영향으로 연간 방문객 수는 정체돼 있다. 지난해 방문객은 전년 대비 13.9% 감소한 228만 명이었다. 고 사장은 “예술의전당은 순수예술공간이라는 편견을 깨야 관람객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예술의전당 당시 개관한 서예박물관도 재탄생시켰다. 서예박물관은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2011년 이후 기획전 한 번 열지 못했다. 고 사장은 90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곳을 현대적 공간으로 다시 꾸몄다. 연간 5만 명 수준이던 방문객은 15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가곡, 동요 등 그동안 잊혀져 가던 음악도 발굴했다.

“가곡과 동요 공연을 각각 매년 4회가량 했습니다. 소외돼 있다고만 생각했던 장르였지만 무대가 마련되고 나니 온 가족이 함께 즐기더군요.”

음악당 앞 분수대에선 클래식뿐만 아니라 팝 등 대중음악도 흘러나온다. “순수예술만을 고집하다 보면 예술을 더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겁니다. 최대한 문턱을 낮춰나갈 생각입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