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을 놓고 양가 부모님들이 서로 다투다 혼사가 아예 엎어질 뻔했죠.”

2월 결혼을 앞둔 임윤아(29)·정선훈(32) 예비부부는 31일 “결혼 준비의 80%는 부모님과 우리의 의사를 조율하는 과정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두 사람은 일찌감치 예단과 혼수, 꾸밈비 등 허례허식을 없애기로 합의했지만 양가 부모들의 생각은 달랐던 것. 임씨는 “우리가 괜찮다는데 양가 부모님들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며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우리끼리도 자신의 부모님을 편들다가 서로 간 신뢰에 손상이 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와 부모 간 세대 갈등이 늘고 있다. 2030은 비용과 허례허식을 줄인 실속 위주의 결혼식·결혼 준비를 지향한다. 반면 5060세대는 여전히 예식장 규모, 하객 예우, 집안 어른에 대한 인사 등의 형식을 중시하다 보니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경남 함안군의 동네 교회에서 만나 1월 결혼에 골인한 최윤정(28)·이정환(33) 부부는 “만남이 이뤄진 교회에서의 결혼이 뜻깊다고 생각했지만 예배당이 너무 작고 볼품없어 하객을 모시기 힘들다는 부모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인근 도시의 4성급 호텔에서 식을 올렸다”고 전했다.

자신의 가치와 장점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전후해 겪는 갈등은 의외로 크다. 2015년 5월 결혼한 서혜림 씨(30)는 “신랑과 상의해 작은 빌라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래도 아파트에서 살아야 한다는 부모님과 갈등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부모세대들도 답답하다는 점이 문제의 해법을 꼬이게 한다. 올해 안에 아들이 결혼하는 조건으로 신혼집 전세자금을 지원해주기로 한 홍순택 씨(62)는 “은퇴 자금을 헐어 집을 마련해 줬는데 축의금도 안 받는 ‘작은 결혼식’을 하겠다고 나서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옛 전통을 무조건 허례허식으로 치부하는 자녀들의 언행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지난해 첫째 딸의 혼례를 치른 정은미 씨(52)는 “남편이 딸애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딸 부부가 ‘동시 입장’에다 ‘주례 없는 결혼식’을 한다고 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마치 결혼식에서 부모의 존재를 지워버리려는 느낌이었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수현 인턴기자 suehyun07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