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컨벤션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하이원 29초영화제 시상식’에서 문태곤 하이원리조트 대표(뒷줄 왼쪽 세 번째), 유근석 한국경제신문 기획조정실장(첫 번째), 차병석 한경 편집국 부국장(뒷줄 오른쪽 첫 번째)이 수상자들과 함께 ‘하이원’을 외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지난 27일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컨벤션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하이원 29초영화제 시상식’에서 문태곤 하이원리조트 대표(뒷줄 왼쪽 세 번째), 유근석 한국경제신문 기획조정실장(첫 번째), 차병석 한경 편집국 부국장(뒷줄 오른쪽 첫 번째)이 수상자들과 함께 ‘하이원’을 외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젊은이들이 리프트를 타고 스키장 꼭대기로 올라간다. 경사로와 산, 나무 등 온 천지가 하얀색이다. 청년의 함박웃음이 클로즈업되며 “눈 덮인 풍경이 아름다운 그곳,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즐거움을 감추지 못한다”는 독백이 나온다. 슬로프 꼭대기에 도착한 사람들은 서로 눈뭉치를 던지며 장난을 친다. 이들의 웃음소리가 대설이 내리고 있는 설원 가득 울려 퍼진다. 마침내 스노보드로 질주를 시작할 찰나. 청년들이 활강 자세를 가다듬는다. 그 모습이 마치 춤추는 것 같다. 이때 나오는 “그곳의 겨울은 행복하다”는 독백처럼 화면 속 청년들은 눈꽃 축제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다.

김희연 감독이 ‘제1회 하이원 29초영화제’에 출품한 영상 ‘그곳의 겨울은’ 내용이다. 이 작품이 지난 27일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컨벤션호텔에서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심사위원단 관계자는 “겨울의 매력을 영상미로 잘 살려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하이원 29초영화제 시상식] 설원의 매력이 영상으로… 눈꽃만큼 눈부신 '겨울 이야기'에 녹았다
이번 영화제는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청소년부, 일반부로 나눠 응모를 받았다. 주제는 ‘겨울 힐링’이었다. 겨울 스포츠와 눈 쌓인 풍경, 겨울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스토리 등이 대상이었다. 문태곤 하이원리조트 대표는 “겨울철 추운 날씨에 몸이 움츠러들고 스트레스가 쌓이게 마련인데, 이를 극복하는 게 힐링”이라며 “영화제 출품작에 담긴 열정을 보니 힐링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부 대상은 박동률 감독의 ‘동심 속에서’가 받았다. 영상이 시작되면 한 청년과 어린이가 두꺼운 옷을 입고 길을 가는 모습이 나온다. 어린이가 손에 장갑을 끼고 있다. 이 장갑의 손바닥 면에는 곰돌이 모양 인형이 붙어 있다. 본래 인형이 손등 쪽에 오도록 장갑을 껴야 하는데 어린이가 거꾸로 낀 것. 청년이 어린이의 장갑을 벗겨 제대로 끼워주려고 한다. 그러자 어린이가 말한다. “겨울은 춥잖아. 곰돌이도 감기에 걸리면 안 되니까.” 손을 꼭 말아쥐어 곰돌이를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장갑을 일부러 거꾸로 꼈다는 얘기다. 청년은 어린이가 기특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덕분에 곰돌이는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겠네”라고 말한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정홍재 감독의 ‘눈 사랑’에 돌아갔다. 영상이 시작되면 한 연인이 서울 번화가에서 말다툼하며 서로를 쏘아보는 모습이 나온다. 이때 “눈싸움은 길거리에서 하는 게 아니야”라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배경이 스키장으로 바뀐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어 이 연인은 눈밭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뛰놀며 장난을 친다.

영화제 출품자뿐만 아니라 하이원리조트를 방문한 관광객들도 시상식장을 찾아 행사를 함께 지켜봤다. 수상자가 발표되고 영상이 나올 때마다 참석자들은 탄성과 웃음을 터뜨렸다. 대상 수상자 발표 직전에는 가수 홍진영이 축하공연으로 노래 4곡을 연거푸 부르며 시상식장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문 대표는 “하이원리조트 스키장은 해발 고도가 1340m가 넘기 때문에 스키를 타기 전 아래를 내려다보면 우리 국토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다”며 “난도가 높지 않은 슬로프를 많이 만들어 은퇴한 베이비부머도 즐겨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9초영화제를 통해 나라를 먹여 살리는 큰 감독이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선=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