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계인이 사랑한 '악마의 잼', 누텔라는 어떻게 성공했나
이탈리아 ‘페레로’사의 초콜릿 잼 브랜드 ‘누텔라’는 ‘악마의 잼’이라 불린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누텔라는 160여 개국에서 연간 3억650만㎏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1964년 누텔라가 처음 나왔을 때 분위기는 별로 좋지 않았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초콜릿을 작고 비싼 검은색의 간식거리로 여길 뿐이었다. 누텔라는 이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었다. 광고에 ‘빵에 바르는 즐거움’이란 문구와 함께 항상 빵을 등장시켰다. 어머니가 만들어주는 음식인 빵의 짝이 초콜릿이란 걸 강조한 것이다. 그렇게 누텔라는 초콜릿을 ‘간식, 그 이상의 음식’으로 발전시켰다. 54년이 지난 지금도 누텔라는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의 확립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누텔라 성공의 법칙》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 누텔라의 오랜 역사를 추적하며 마케팅, 품질 관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성공 법칙을 분석한다. 저자는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의 기자 출신인 지지 파도바니다.

누텔라는 페레로그룹의 매출을 책임지는 핵심 브랜드다. 레이디 가가, 마리아 샤라포바, 알랭 뒤캉스 등 다양한 유명인이 누텔라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많이 알려지고 팔리는 것에 만족했다면 오랜 시간 전설로 남아 있진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브랜드가 전설이 되려면 유행하는 것, 소유하고 싶은 것, 가장 잘 팔리는 것을 넘어 숭배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누텔라는 어떻게 숭배의 대상이 됐을까. 가장 기본은 품질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최상의 헤이즐넛 원료를 얻기 위해 페레로그룹은 세계 최대의 헤이즐넛 재배자가 됐다.

더 나아가 끊임없는 브랜드 혁신도 필수다. 누텔라는 1980년대에 이르러 광고의 초점을 어머니에게서 자녀에게로 옮겼다. 광고에 등장한 아이들은 직접 나이프를 이용해 누텔라를 빵에 발라 먹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누텔라를 나눠 먹는 장면을 통해서는 어울림을 중시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누텔라 브랜드는 54년이 지나도록 생기를 잃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언제나 시대 흐름에 맞게 브랜드 이미지, 광고 캠페인, 시장 포지셔닝을 적절하게 바꿔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누텔라 병에도 세심함을 더했다. 멋져 보이는 디자인보다 스푼이나 나이프로 퍼내기 좋도록 만들었다. 이 용기는 코카콜라의 유리병처럼 어디에서든 누텔라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훌륭한 마케팅 도구가 됐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