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 달인들이 모여있는 전통고추장민속마을의 한 판매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장의 달인들이 모여있는 전통고추장민속마을의 한 판매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순창은 사계절 어느 때라도 좋은 여행지다.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강천산이 있고 역사와 전통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사찰도 있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은 단지 장류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장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도 맛이 빼어나 여행객을 불러 모은다. 겨울철 가족 여행지 순창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자료 협조=한국관광공사

산수화 같은 병풍폭포와 강천사

강천산은 평탄한 산책로를 따라 숲의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어 아이들이나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 여행지로 제격이다.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도 편해 누구나 눈부신 숲을 즐기기 좋다.

강천산군립공원 매표소를 지나면 시원한 공기에 절로 심호흡을 하게 된다. 청량한 공기에 폐 속 구석구석이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겨울이 되면 강천산은 흰 눈을 뒤집어쓴다. 용이 꼬리치듯 승천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용천산이라 부르던 강천산은 산세가 수려하다. 트레킹 코스로는 매표소에서 병풍폭포, 강천사, 현수교(구름다리), 구장군폭포까지 갔다 오면 충분하다. 왕복 5㎞에 2시간 정도 걸리는 맨발 산책로 코스다.
물이 빚은 자연의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장군목
물이 빚은 자연의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장군목
매표소를 지나 첫 포인트는 절벽에서 쏟아지는 병풍폭포다. 높이 40m에 물줄기 폭 15m로 인공 폭포지만 물줄기와 절벽이 산수화처럼 어우러진다. 폭포 아래 공간에서 삼삼오오 쉬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는 얼어 있어 여름처럼 장엄한 풍경을 펼쳐보이지는 못하지만 꼭 들러보아야 할 곳이다.

병풍폭포를 지나 좀 더 걸으면 자그마한 사찰이 보인다. 고창 선운사의 말사로, 도선국사가 창건한 강천사다. 대웅전 앞뜰의 5층 석탑은 고려시대에 조성한 것인데, 6·25전쟁 때 사찰 건물이 전소되면서 탑 일부가 부서진 흔적이 있다. 절 앞 돌다리를 건너면 삼인대가 나온다. 순창군수 충암 김정, 담양부사 눌재 박상, 무안현감 석헌 류옥이 폐비 신씨(조선 연산군의 왕비) 복위를 청원하는 상소를 올리기로 맹세한 장소다. 강천사 근처에 수령 300년 된 모과나무가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모과나무인데 모과철이면 지금도 풍성하게 모과를 생산한다.

심장까지 짜릿하게 만드는 현수교

강천사를 지나고 나면 강천산의 명물 현수교가 보인다. 절을 지나 첫 번째 나오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오른편에 현수교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여기서 현수교 쪽으로 올라가도 좋고, 구장군폭포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현수교를 건너도 좋다. 겨울에는 길들이 얼어붙기 쉬워서 등반할 때 주의해야 한다.
가을 단풍처럼 붉은 강천산의 랜드마크인 현수교
가을 단풍처럼 붉은 강천산의 랜드마크인 현수교
하이라이트인 현수교는 남겨두고 구장군폭포부터 보기로 했다. 고개를 젖혀 현수교를 올려다보면 그 높이가 아찔하다. 색색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현수교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아치형 다리를 건너면 구장군폭포다. 병풍폭포와 마찬가지로 인공 폭포인데, 1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자연스러워 원래 있던 폭포 같다. 팔각정과 벤치 등 쉴 자리가 많고, 폭포가 잘 보이는 곳에 데크를 만들어 사진 찍기도 좋다. 여기서 더 가면 비룡폭포, 연대암터를 지나 담양과 경계에 자리한 금성산성에 올라설 수 있다.
강천산 구장군폭포
강천산 구장군폭포
드디어 현수교로 향한다. 폭포 아래쪽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에 현수교와 전망대 이정표가 보인다. 나무 계단이 제법 가파르지만 금세 현수교 입구에 이른다. 현수교로 이어진 철제 계단은 좁고 경사가 심하니 조심해야 한다. 겨울철에는 안 건너는 것이 좋다. 지상 50m 지점에 놓은 길이 75m 현수교는 강천산의 상징이다. 빨강과 주황을 예쁘게 섞어놓아 눈 덮인 산에서 유독 도드라진다. 흔들림이 심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심장이 짜릿짜릿하다.

섬진강 자전거길로 쓰이는 일제강점기 때 뚫은 향가터널
섬진강 자전거길로 쓰이는 일제강점기 때 뚫은 향가터널
강천산 최고봉인 왕자봉(583.7m)으로 가려면 현수교에서 북쪽으로 올라간다. 구장군폭포까지 걷고 현수교를 건넜으니,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단풍 산행으로 충분하다. 강천산 입구에 맛있는 식당이 많아 요기하기 좋다. 순창발효커피를 선보이는 ‘모두베리카페’는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로컬 카페다. 생두에 몇 가지 미생물을 주입한 뒤 로스팅한 원두를 그 자리에서 갈아 내려주는데, 구수하고 순한 맛이 특징이다.

인기 높은 장 만들기 체험

강천산에서 나와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로 이동하는 중에 메타세쿼이아길을 만난다. 차를 세우고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도 몇 군데 있다. 메타세쿼이아길 중간쯤 구룡교차로에서 월곡 방향으로 좌회전해 들어가면 최근에 개장한 순창군승마장이다. 군민이 정기적으로 승마 강습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여행객을 위한 체험 승마도 운영한다.
체험 승마를 즐길 수 있는 순창군 승마장
체험 승마를 즐길 수 있는 순창군 승마장
강천산과 함께 순창 여행의 투톱이라 할 만한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은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전통 장류에 대해 배우고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순창군이 운영하는 순창장류체험관은 물론 개별 판매장에서도 고추장 담그기 체험을 한다.

고추장민속마을의 발효소스토굴 내 전시장
고추장민속마을의 발효소스토굴 내 전시장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가장 안쪽에 자리한 발효소스토굴은 2016년 5월에 개장해 요즘 한창 뜨는 곳이다. 다양한 전통 장류와 함께 전 세계의 소스를 전시하고, 발효에 최적화된 토굴에서 장류를 숙성시킨다. 미생물의 활동으로 장이 발효되고 맛이 깊어지는 과정을 미디어 아트로 게임하듯 배울 수 있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흥미로운 트릭 아트와 한지 등으로 재현한 고추장 진상 행렬, 항아리가 들어찬 토굴 등 볼거리도 많다. 입구에서 순창발효커피를 싼값에 판매한다.

최근 1~2년 사이 순창 읍내에 ‘금산여관’ ‘방랑싸롱’ ‘일우당’ ‘순창농부의부엌’ 등이 생기면서 이곳을 찾는 젊은 여행자가 늘고 있다. 여행자끼리 소통하고, 지역 문화에 관심을 가지며,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읍내 골목을 거니는 느긋한 여행을 즐긴다.
젊은 여행자들에게 가장 핫한 금산여관과 방랑싸롱
젊은 여행자들에게 가장 핫한 금산여관과 방랑싸롱
순창 농부의부엌 브런치
순창 농부의부엌 브런치
아이들을 동반한 30~40대는 향가유원지가 좋다.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섬진강향가오토캠핑장에서 캠핑하고, 향가터널과 향가목교를 거닐며 섬진강의 하루를 만끽한다. 향가터널과 향가목교 위로 섬진강자전거길이 지나, 주말이면 라이더도 많다. 향가목교는 사람과 자전거를 위한 다리다. 중간에 스카이워크를 설치해 섬진강을 감상하기 좋다. 해가 지면 무지갯빛 조명이 들어와 환상적이다.

섬진강 상류에 속하는 동계면 장군목유원지는 오랜 세월 물이 빚은 바위 조각이 마치 예술품 같다. 남자의 식스 팩처럼 울룩불룩한 바위, 여인의 엉덩이처럼 펑퍼짐한 바위, 원통으로 깊이 파인 요강바위…. 바위에 부딪힌 물길이 구불구불 흘러가는 것을 보노라면 시간조차 느리게 가는 듯하다. 장군목유원지 역시 섬진강자전거길 구간이다. 순창으로 떠나는 겨울 여행은 섬진강, 고추장, 로컬 푸드와 지역 문화를 고루 만나고 체험하는 휴식 같은 여행이다.

여행정보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강천산→강천산 메타세쿼이아길→순창군승마장→발효소스토굴→순창장류박물관, 순창옹기체험관→향가유원지

둘째 날 순창농부의부엌→방랑싸롱→예향천리마실길→장군목유원지

회문산 자연휴양림은 깔끔하고 저렴하다. 다만 주말에는 예약이 밀려 있다. 굿스테이인 S모텔이나 그린나래펜텔도 좋다. 산야초 비빔밥이 맛있는 순창농부의부엌은 이미 관광객에게 맛집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순흥즉석순두부가든은 순두부백반이 맛있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내 순창장류체험관에서는 전통 고추장을 담그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고추장 체험은 약 40분 걸리며 고추장·인절미·튀밥·장류 요리 등 네 가지를 체험하려면 1시간40분~2시간 걸린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