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스타배우들 공연장서 '진검승부'

김상중·김승우 '미저리'서 열연
황정민 '리차드 3세' 전격 기용

조정석·김재욱, '아마데우스'서
모차르트 역 번갈아 맡아
박소담 '앙리할아버지…'서 주연

연극계 모처럼 활력 기대
비싼 관람료·지나친 상업성 우려
올해 상반기 연극계가 ‘별’들로 빛난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한 스타들이 대거 연극 무대에 오른다. 황정민, 김상중 등 연극판에서 연기 생활을 시작했지만 영화나 방송 활동을 주로 하다가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중견배우들이 우선 눈길을 끈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영화 ‘형’, 드라마 ‘투깝스’ 등을 잇따라 흥행 반열에 올려놓은 배우 조정석도 8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김승우, 김재욱 등은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한다.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에서 대학생 콘스탄스 역할을 맡은 배우 박소담(왼쪽)이 고집불통 앙리 할아버지를 연기하는 이순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수현재컴퍼니 제공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에서 대학생 콘스탄스 역할을 맡은 배우 박소담(왼쪽)이 고집불통 앙리 할아버지를 연기하는 이순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수현재컴퍼니 제공

영화계 스타 황정민은 대학로 출신이다. 서울예술대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극단 학전이 제작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했다. 황정민은 2008년 ‘웃음의 대학’ 이후로 10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다음달 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려 3월4일까지 공연하는 ‘리차드 3세’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다. 공연 기간이 약 한 달로 긴 편이지만 원 캐스트로 전 공연을 소화한다. 그는 “연극은 내 고향”이라며 “원래 하고자 했던 본연의 연기를 하기 위해 모든 일정을 접어두고 무대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유행어를 만든 배우 김상중도 연극으로 복귀한다. 다음달 9일부터 4월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하는 ‘미저리’에서 주인공 ‘폴’ 역을 맡았다. 김상중은 1990년 연극으로 데뷔한 뒤 1994년 MBC 특채 탤런트가 돼 방송과 영화 활동을 해왔다. 배우로 이름을 알린 뒤 연극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저리’에서 김상중과 폴 역을 번갈아 맡는 김승우는 이번이 연극 데뷔 무대다.

조정석과 김재욱은 다음달 27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 역을 번갈아 맡는다. 2004년 뮤지컬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조정석은 2010년 ‘트루웨스트’ 이후 8년 만에 두 번째 연극을 한다. 지난해 드라마 ‘사랑의 온도’, ‘보이스’ 등에서 활약하고 영화 ‘나비잠’, ‘덕혜옹주’ 등에서 매력을 뽐낸 김재욱은 이번 작품으로 무대에 데뷔한다.
황정민·김상중·조정석… 연극무대 '별들의 전쟁'

박소담은 2016년 ‘클로저’와 ‘렛미인’에 이어 지난해 말 개막한 ‘앙리 할아버지와 나’에 출연 중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인 그는 2015년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악령에 씐 여고생 ‘영신’ 역을 열연해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박소담은 “대학 재학 시절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다”며 “공연할 때마다 부담감은 있지만 신나고 행복하다”고 했다.

연극계의 스타 기용은 ‘흥행 보증수표’를 얻고자 하는 제작사의 바람과 ‘연기의 지평을 넓히고 싶다’는 배우들의 희망이 맞물린 결과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개런티는 턱없이 낮지만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싶은 배우들이 기꺼이 무대를 찾는다”고 말했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매체의 다양화에 맞춰 배우들이 경계를 넘고자 하는 시도가 활발해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극배우, TV 배우, 영화배우와 같은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제작비 상승으로 티켓값이 높아져 관객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아마데우스’의 최고가는 9만9000원, ‘리차드 3세’와 ‘미저리’는 각각 8만8000원과 7만7000원이다. 평균 3만~5만원인 다른 연극에 비해 비싼 편이다. 원 교수는 “일반 연극의 티켓값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것”이라며 “티켓값이 제 가치를 회복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극은 배고픈 예술이라는 선입견, 대중성 있는 연극은 예술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엘리트주의적 사고가 오히려 연극계를 관객으로부터 소외시켰다”며 “다만 가격에 상응하는 감동과 예술적 체험을 관객에게 줘야 한다는 점을 제작자와 연출진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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