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기리는 노래 - 문태준(1970~)

[이 아침의 시] 아침을 기리는 노래 - 문태준(1970~)
시간은 꼭 같은 개수의 과일을 나누어주시네
햇볕, 입술 같은 꽃, 바람 같은 새, 밥,
풀잎 같은 잠을

나는 매일 아침 샘에 가 한통의 물을 길어오네
물의 평화와 물의 음악과
물의 미소와 물의 맑음을

내 앞에는 오늘 내가 고를 수 있는 물건들이 있네
갈림길과 건널목, 1월 혹은 3월 혹은 9월
혹은 눈송이, 첫 번째, 분수와 광장, 거울
그리고 당신

당신이라는 만남
당신이라는 귀
당신이라는 열쇠

시집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창비) 中


아침엔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문득 가고 싶던 곳이나 먹고 싶던 것에 대한 소소한 계획을 세워 봅니다. 시간이 흘러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나빴던 기억도 점차 희미해진다는 점일 것입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아침엔 무언가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오늘의 소소한 행복이 무슨 소용인지요. 만남이 없다면 나만의 기쁜 일이 무슨 소용인지요. 내가 고를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당신인지도 모릅니다.

주민현 <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