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자취를 감춘 중국 단체관광객의 빈자리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채우면서 얼어붙었던 포상관광 시장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대형 단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기형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다변화가 이뤄지면서 시장 기반은 이전보다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강동한 경기관광공사 마이스뷰로 단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단체 방한 프로그램 문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단체 규모는 200~300명으로 크지 않지만 단체 수가 많아지면서 중국 단체의 빈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상관광은 기업회의와 컨벤션, 전시회를 일컫는 마이스(MICE)의 한 분야다. 기업이 우수한 성과를 낸 임직원에게 포상으로 제공하는 관광 프로그램으로 경비 대부분을 기업이 부담하기 때문에 1인당 소비 규모가 일반 관광객(1625달러)보다 30% 이상 높은 것이 특징이다.

[여행의 향기] 중국 대신 동남아… 포상관광 시장 회복세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포상관광 단체 여행객은 20만586명으로 27만277명이던 2016년보다 25.8% 줄어들었다.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 정부가 방한 단체여행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면서 전체 포상관광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 단체가 썰물 빠지듯 줄어든 영향이 컸다. 2016년 아오란과 중마이그룹 소속 5000~6000명의 포상관광 단체 방한으로 연평균 30%에 가까운 성장세를 이끌던 중국 포상관광 단체는 사드 보복 조치가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86% 급감했다.

지난해 관련 업계에선 포상관광 여행객이 전년 대비 절반 아래까지 떨어질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이어졌다. 하지만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단체의 방문 증가율이 25%에 육박하면서 감소폭이 애초 예상보다 크게 줄었다. 지난해 베트남 포상관광 단체는 5만6246명으로 90% 넘게 급증한 가운데 1만6681명이 찾은 말레이시아도 27% 넘게 늘었다. 4855명이 방문한 필리핀은 증가율이 2.3배에 달했다. 인도와 러시아, 터키 등에서도 포상관광 단체 방문이 이어졌다.

박철범 한국관광공사 미팅인센티브 팀장은 “지난해 사드 사태 이후 추진해 온 시장다변화 노력이 수천 명 규모의 대형단체 중심이던 시장의 체질을 500명 미만의 중소형 단체가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선진국형 구조로 바꾸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