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대 간 싸움 부추기는 자들을 경계하라
2016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광장은 소란했다. 촛불과 맞불이 서로 으르렁댔다. 일부 사람은 ‘젊은 촛불’ 대 ‘맞불 어르신’으로 전선을 나누고 이를 세대 갈등 현상으로 해석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대 게임》을 통해 광장에서의 대립을 세대 투쟁으로 보는 시각에 반대한다. 맞불 집회는 세대 의식을 지니고 정치적 요구를 하는 특정 정치 세대가 주도한 것이 맞지만 촛불 집회는 어떤 특정 세대가 주도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온갖 사회 문제를 세대의 문제로 해석하는 ‘세대 프레임’의 위험성에 주목하며 ‘세대 게임’이라는 틀로 한국 사회의 세대 담론을 분석한다.

세대 게임은 사람들이 세대에 주목하도록 판을 짜서 어떤 전략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활동이나 움직임이다. 두 가지 층위에서 이뤄진다. 1층에는 게임에 참여하는 ‘세대 당사자’가 있다. 이들은 세대를 이뤄 서로 경쟁하고 다툰다. 2층엔 게임을 고안한 ‘세대 플레이어’가 있다. 이들은 게임을 설계한 뒤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이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거나 지지세를 넓히는 등 정치적 이익을 얻는다.

세대 플레이어는 ‘정치적 기업가’와 ‘스핀닥터’로 나뉜다. 정치적 기업가는 정치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뜻을 두기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정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다. 스핀닥터는 정치적 기업가를 위해 여론을 창출하고 조작하는 전문가를 뜻한다. 이들은 두 가지 방법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하나는 비난할 상대를 내세워 문제 사안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 다른 하나는 특정 세대를 지지자로 삼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팽배한 사회에서 이런 전략은 더 잘 통한다. 청년세대를 잡으려는 정치인이 “이기적인 기성세대가 청년의 현재를 착취하고 미래를 탕진하고 있다”며 분노를 자극해 자기 목적을 이루려는 모습이 한 예다. 저자는 “세대 플레이어들은 정치권력 등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겨누지 않고 계급이나 젠더, 지역 등 전통적 대립도 조명하지 않는다”며 “세대와 별로 상관없는 사안을 세대들이 서로 다툰 결과로 보게끔 해 사안의 원인과 책임에서 헛다리를 짚고 엉뚱한 해결책을 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여러 사회 갈등이 중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갈등의 본질 발라내기’를 강조한다. ‘의심하고 주저하기’도 권한다. 세대 게임의 논리를 이해해 세대 프레임으로 자기 목적을 이루려는 집단의 조작과 선동을 경계하라는 조언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