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람'에 주목한 17세기 네덜란드 미술
네덜란드는 정치·경제적으로 17세기 유럽을 휩쓸었다. 이런 힘은 네덜란드의 문화도 유럽에 퍼지게 했다. 이 시기 네덜란드 미술은 혁신적인 변화를 겪었다. 신과 귀족을 그리던 바로크 화풍보다 정밀한 세부 묘사가 강점인 플랑드르 회화의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런 화풍의 변화는 네덜란드의 정치·경제적 힘과 맞물려 서양미술의 전반적인 변화로 나타났다.

양정윤 네덜란드교육진흥원장이 쓴 《내밀한 미술사》는 서양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을 다룬 책이다. 2014~2015년 양 원장이 한 일간지에 연재한 칼럼을 보완해 책으로 묶었다.

저자에 따르면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은 당시 출현한 시민사회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네덜란드 화가들은 바로크 화풍에서 벗어나 시민 계급의 생각이 담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형식을 중요시하기보다는 주관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하는 특성을 보이기도 했다. 풍속화에 이런 경향이 가장 잘 드러난다. 이 시기 네덜란드 풍속화는 평범한 사람들의 솔직하고 친근한 일상을 다뤘다.

저자는 프란스 할스, 렘브란트 반 레인, 얀 스테인,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등 이 시기 거장 네덜란드 화가의 얘기도 깊이 다룬다. 책 말미에서는 미술 감상에 첨예한 지식과 검증된 눈이 필요하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소더비의 전문가들은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머릿속의 공허한 지식에 의존하는 것을 금기시한다”며 “예술 작품의 아카데믹한 의미를 모르더라도 그 작품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순간이 있다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한울, 232쪽, 2만4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