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심리학자 김태형 소장 "'난 좋은 사람' 반복은 무의미… 소수라도 지지해줄 사람 필요"
수년 전부터 자기계발서 시장에 ‘자존감 열풍’이 거세다. 사회적 성공 비법을 알려주는 도서보다 내면의 행복과 자존감을 키우는 방법을 귀띔하는 책들이 서점을 장악했다. 《미움받을 용기 1·2》 《자존감 수업》 《신경끄기의 기술》 등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갈매나무)를 펴낸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최근 이런 현상에 대해 “타인에게 존중받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스스로를 소중하게 대할 방법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자존감 결핍 시대’의 원인으로 인간을 물질주의적 시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상대방을 직업, 즉 수입으로 평가하는 데 익숙해진 한국인은 상대가 나보다 잘 벌면 위축되고 반대인 경우 우월감이 주는 쾌감에 우쭐해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 인간의 사회적 쓸모 대신 물질적 성과에 기초한 자신감을 그는 ‘가짜 자존감’이라고 칭했다. 은퇴한 60대가 마치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며 자신을 비하하는 것도 가짜 자존감에 기대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부’라는 하나의 잣대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하는 사회에서 대부분은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심리학자 김태형 소장 "'난 좋은 사람' 반복은 무의미… 소수라도 지지해줄 사람 필요"
저성장 사회에서 큰 성취감을 얻기 어려워진 2030세대가 직업적 만족보다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쫓는 것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게 김 소장의 해석이다. 그는 “심각한 취업난, 불안정한 직장 환경을 겪은 젊은 세대는 직업 세계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자존감과 행복을 확인하기 위해 일종의 도피성 휴식이나 유흥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주류 심리학은 자존감을 개인의 의지로 해석한다. 나를 스스로 존중하는 마음은 타인의 도움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주류 심리학의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김 소장은 한국인의 ‘마음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두 가지 해법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을 ‘직업’에서 ‘사회적 쓸모’로 바꾸는 것이다. 그는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대신 직업의 사회적 쓸모와 도덕성으로 판단한다면 청소부, 농부, 의사 등의 직업에 상관없이 서로 존중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나를 나 자체로 아껴줄 소수의 지지적 관계를 이루는 것이다. 그는 “자존감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고 발전한다”며 “스스로 ‘난 좋은 사람’이라고 자위하며 자존감의 기초를 다졌다 한들 집 밖에서 사람들에게서 물질주의에 기반한 차별과 무시를 경험한다면 정신적 파산을 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