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떠나는 진은숙 "당분간 해외 활동"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상임작곡가 겸 공연기획자문역을 맡아온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사진)이 서울시향을 떠난다. 12년간 활동했던 진 작곡가가 사퇴하면서 서울시향의 대표이사, 상임지휘자, 상임작곡가가 모두 공석이 됐다.

진 작곡가는 2일 서울시향 단원 등에게 이메일을 보내 “2006년부터 몸담았던 서울시향을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가지 사정상 작년 11월 ‘아르스노바’(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정기공연)와 베를린필 내한 공연 때 서울을 방문한 것이 마지막이 돼버렸다”고 덧붙였다.

진 작곡가는 ‘음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2004)를 비롯해 피에르 대공재단 음악상(2010) 등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쇼스타코비치, 스트라빈스키 등이 받았던 시벨리우스 음악상을 지난해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하기도 했다. 2006년부터는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를, 2016년부터는 공연기획자문역을 맡았다. 아르스노바를 기획해 국내에 현대음악을 알리는 데도 앞장섰다.

진 작곡가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를 놓고 공연계에선 서울시의회의 오랜 문제 제기가 계기가 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한 사람이 상임작곡가로 장기간 활동하는 것, 아르스노바의 유료관객 수가 적은 점 등을 지적해왔다.

클래식 팬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향을 이끄는 중요 직책이 전부 비었기 때문이다. 상임지휘자는 정명훈 전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박현정 전 대표와의 갈등으로 2015년 사퇴한 이후 공석이다. 박 전 대표에 이어 부임한 최흥식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대표이사는 이르면 오는 3월, 상임지휘자는 연내에 선임될 것”이라며 “올해 열리는 아르스노바도 이미 티켓 등이 판매된 상태이며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작곡가는 당분간 독일 등 해외에서 주로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언제 다시 돌아갈지 알 수 없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음악계를 위해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