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벨기에 연구팀이 두개골 형태로 늑대와 개를 구분하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 벨기에 고예동굴에서 발견된 개의 두개골은 늑대가 아니라 가축화한 개의 것으로 판별됐다. 이 개의 생존 연대는 약 3만6000년 전으로 추정됐다. 그만큼 개와 인간의 공존 역사는 길다.

십간십이지의 열한 번째 동물인 개(戌)는 사람과 가장 오래전부터 함께 해온 동물이다. 개는 예부터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매개 동물로 인식됐다. 그래서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개가 등장한다. 덕흥리 고분의 견우직녀도, 무용총·각저총 주실의 벽화에도 개가 무덤을 지키는 존재로 그려져 있다. 신라의 흙인형인 토우에도 적잖은 개가 등장한다. 부여의 관직 명칭에 마가(馬加), 우가(牛加), 저가(猪加) 등 가축화한 동물 이름과 함께 구가(狗加)라는 명칭이 있었던 것으로 봐서 그 시대에 이미 개 사육이 일반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는 일찍부터 그림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조선시대에는 이암, 김홍도, 신윤복 등 궁중 화원들이 400여 년에 걸쳐 수많은 토종 개를 순박한 모습으로 묘사했다. 그림에 등장한 개의 종류는 진돗개, 삽살개, 풍산개 등 토종개가 압도적이다. 진돗개는 강한 귀소본능과 뛰어난 사냥 감각, 용맹성이 강점이다. 삽살개는 기질이 담대하고 강인해서 귀신과 액운을 쫓는 개로 유명하다.

개는 사람에게 버림받더라도 개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개를 저급한 존재로 폄하하기 일쑤다. 개××, 개차반, 개고생, 개망나니, 개판…. 개의 이런 억울함을 풀어주는 무술년이 되기를.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