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여정 작가
황여정 작가
상금(5000만원)이 많고, 유명한 문학전문 출판사가 주최한다 하더라도 문학상 수상자가 이렇게까지 화제에 오르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 주인공은 제23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 《알제리의 유령들》(문학동네)의 황여정 작가다.

당선 소식 이후 황 작가의 이름은 문단에서 연일 오르내렸다. 그가 작가 황석영의 딸이어서다. 그는 이번 수상으로 소설을 쓴 지 만 20년 만에 등단한 사실도 화제가 됐다. 가명으로 투고한 이 작품의 주인이 황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된 심사위원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시간의 흐름대로 서사가 구성되는 다른 소설과 달리 이 작품의 이야기는 한두 줄로 요약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다. 1~4부로 나뉘어 각 부에서 다른 화자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크게 관련 없어 보이는 1~4부의 연결고리는 희곡 극본 ‘알제리의 유령들’이다. ‘율’과 ‘징’의 부모들은 마르크스가 말년에 알제리에서 요양하며 썼다고 알려진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크게 고초를 당한 뒤 ‘평범하게 살아갈 권리’를 박탈당한다. 1부에서 율은 정신착란증을 앓고 있는 징의 엄마가 ‘알제리의 유령들’ 제본을 갖고 있는 사실을 발견한다. 2부에선 연극연출 지망생 ‘김철수’가 뛰어난 연출가로 알려진 ‘탁오수’를 만나러 가고 3부에서 오수는 철수에게 ‘알제리의 유령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과 거짓이 뒤얽힌 세상… 중요한 것은 '진실 대하는 태도'
‘알제리의 유령들’은 정말 마르크스가 쓴 유일한 희곡인 걸까. 이 질문은 소설을 지탱하는 가장 큰 질문이지만 정작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그는 책 후반부에 오수의 입을 빌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토해내듯 드러낸다.

“모든 이야기에는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네. 같은 장소에서 같은 걸 보고 들어도 각자에게 들어보면 다들 다른 이야기를 하지.… 속았을 수도 있고 그냥 믿었을 수도 있고 속아준 것일 수도 있고 속고 싶었을 수도 있고.”

멀리 제주까지 자신을 찾아와 사실을 캐묻는 철수에게 오수가 하는 말이다. 이어 그는 “자네가 어떻게든 알아내고 싶다는 거, 알아내겠다는 거. 그게 바로 진실이네”라고 말한다. 사실과 거짓이 뒤섞인 판단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라면 결국 중요한 것은 ‘진실을 대하는 태도’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황석영이 겪어온, 또 수많은 글에서 소재로 삼아온 1980년대 시대적 아픔을 아버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단문 위주의 문장은 쉽게 읽히지만 4부에 이르러서야 1~3부의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소설적 기법이 불편하게 느껴질 독자도 있겠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