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시벨리우스 '투오넬라의 백조'
핀란드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의 민족 정서는 자국 신화 ‘칼레발라’의 절대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교향시 ‘투오넬라의 백조’도 ‘칼레발라에 의한 네 개의 전설’이라는 모음곡 중 하나다. 죽음의 강을 떠도는 백조를 묘사한다.

사실 ‘칼레발라’에는 투오넬라의 백조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레민케이넨이라는 도도한 영웅이 여자를 얻기 위한 과제로 백조를 잡으려다 오히려 원수의 기습을 받고 죽었다가 모친의 사랑으로 되살아난다는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시벨리우스는 연주에 9분쯤 걸리는 곡 전체를 온전히 백조 그 자체에 바쳤다. 특히 시종일관 흐르는 잉글리시 호른의 신비로운 음향이 인간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영원의 백조를 완벽하게 그린다. 회화적이 아니라 그야말로 음악적 묘사의 정수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