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여만에 멈춰선 5억짜리 서울시 전기버스
지난 23일 오전 9시40분께 서울 지하철 7호선 하계역 근처 교차로. 인근 중계역에서 서울시립과학관으로 승객을 실어나르던 서울시 전기셔틀버스(사진)가 시동이 꺼지면서 멈춰섰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차로 한복판에서 차가 멈춰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날 고장 난 버스는 도입한 지 한 달 남짓 된 것으로 차량 가격은 4억7000만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전기차 10만 대를 보급해 ‘전기차 시대’를 열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정작 관리에는 허술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사고 원인은 전기버스 배터리의 통신을 총괄하는 장치에 있었다. 당시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떨어지면서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시동이 꺼진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기버스 제조업체(우진산전)에 바로 연락해 당일 밤까지 수리를 마쳤다”며 “지금은 셔틀버스가 정상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버스는 하계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서울시립과학관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11일 도입됐다. 국비 1억원과 시비 3억6900만원 등 총 4억6900만원이 투입됐다.

고가 차량이지만 영하의 날씨에서는 해당 부품이 작동하지 않는 결함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버스 제조업체는 이 사실을 알고도 시에 알리지 않았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제조업체는 당초 12월에 영하 40도에서도 정상 작동하는 새 부품으로 교체할 계획이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기온이 떨어져 사고가 났다는 얘기다.

선제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제조업체도 문제지만 애초에 기초적인 사항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서울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서울시의 허술한 전기버스 관리 행태가 도마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시는 2010년 37억7000만원을 들여 남산순환버스 노선에 전기버스 9대를 투입했다. 그러나 고장이 잦은 데다 더 이상 수리도 불가능해 지난 1월 모두 철수하고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대체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전기버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내구연한이 다 된 CNG버스 30대를 전기버스로 바꾼다. 교체 숫자를 해마다 단계적으로 늘려 2025년까지 서울 시내 CNG버스 3000대를 전기버스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전기버스는 시립과학관 버스를 포함해 총 6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