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9) 잔혹한 TV속 현실, 아이와 같이 봐도 좋은걸까
"부산의 한 아파트 가정집 냉장고에서 신생아 시신 2구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친엄마 김 씨가 저지른 일인데요. 경찰은 김 씨의 동거남 등을 상대로 유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조사 중입니다."

평소 집에서 TV를 켜둘 때면 늘 뉴스채널에 고정시켜 두는 습관을 가진 내게 어느 날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여느 때처럼 뉴스를 보는 내 옆에서 아이들도 '신생아 살인' 보도를 접했다.

'어떻게 친엄마가 자기 아기를 죽일 수 있지?' 현실에 잠시 끔찍했지만 일상적으로 잠 잘 준비를 했다.

잠자리에 누운 딸이 머뭇거리면서 내게 물었다.

"엄마, 이런 거 물어보면 좀 이상할 수도 있는데…."

"뭔데?"

"저기... 있잖아..."

"응. 말해봐. 뭔데?"

"있잖아... 엄마는... 나... 안 죽일 거지?"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약 3초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널 왜 죽여. 깔깔깔."

애써 웃고 넘겼지만 아이의 진지한 말 한 마디가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엄마는 나 안 죽일 거지?'

나에게는 '세상이 미쳤나' 생각하며 흘려버릴 수 있는 뉴스 한 토막이 아직 세상에 대한 선별 능력이 완벽하지 않은 아이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서 한없이 미안해졌다.

'냉장고 신생아 발견'은 강남역에서 발생한 '노래방 묻지마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그때도 아이는 CCTV 속 영상을 보면서 "엄마 저 사람이 죽였어? 저 남자는 왜 계단에 쓰러졌어?"라며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뉴스를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이 웬만한 공포영화 보는 것보다 무서운 세상이 됐다.

전에는 끔찍한 영화나 드라마 소재를 접하면 "저건 영화야.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야"라며 위안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현실은 영화보다 더욱 처참하고 끔찍하고 극도로 소름 끼친다.

드라마나 영화에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표시가 뜨면 꽤나 유난 떨며 엄격히 지킨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뉴스는 아이들에게 유해하지 않은지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지 못하고 다음날 시청자 상담전화로 문의했다.

"9시 뉴스는 몇 세 이상 관람가인가요?"

살짝 당황해하는 기색이 느껴진다. "기다려 달라. 찾아보겠다"하던 상담원은 "현재 전체 관람가다"라고 답변했다.

"혹시 자극적인 뉴스에 대해 항의 같은 게 온 적 있느냐" 물었더니 "그런 사례는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 아이만 유난히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것인가.
일러스트 노해리
일러스트 노해리
'인천 8세 초등생 살인 사건'을 보고서는 아이에게 절대로 누군가에게 휴대폰을 빌리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인천 초등생 피해자 어머니는 "평소 도움이 필요하면 아이 엄마처럼 보이는 나이있는 사람에게 요청해라"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가장 안전하게 생각돼서 였겠지만 10대 자퇴생이 엄마 옷으로 변장한 채 자신의 딸을 유괴해 살해할 줄 꿈에라도 생각할 수 있었을까.

'이영학 딸 친구 살해 사건'을 보면서는 친구 집에는 절대 혼자 놀러 가는 게 아니라고 당부를 해야 했다. 장애 가진 친구에게 잘해주라는 말도 선뜻 할 수 없다.

아이는 어리둥절해 하면서 "왜 놀러가면 안 돼? 앞집 유정이 언니 집도 안돼?"라며 되묻는데 어떻게 이해를 시켜줘야 좋을지 난감하다.

나와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전체관람가이지만 그 현실의 사건사고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뉴스는 '어린이 및 노약자, 임산부 시청 금지' 표시라도 해야 할 판이다.

아이에게는 마냥 좋은 것, 행복한 것만 보여주고 싶지만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좋지 않은 뉴스지만 함께 보며 현실을 직시하게 해야 할지, 아니면 아이 정서를 감안해 일단 감춰야 할지 지금도 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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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네이버 맘키즈에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