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오늘도 무사히"… 생계형 사장님의 고군분투기
‘금고에 현금을 쌓아놓고 기사가 운전하는 고급 승용차를 타며 호화 해외여행을 다니다가 남는 시간에 골프를 치는 사람.’

TV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는 ‘사장님’ 모습이다. 그러나 실제 사장의 모습은 이와 거리가 멀다. 현금을 쌓아놓기는커녕 매일 드나드는 돈 한푼에 벌벌 떨고, 직원들 눈치 보고, 가기 싫은 출장을 가고, 남는 시간에는 가족을 돌본다.

미국에서 가구업체를 운영하는 폴 다운스가 쓴 사장 일기는 이런 ‘사장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2012년 한 해 동안 사업을 운영하면서 겪은 일을 책에서 생생하게 풀어냈다. 그의 하루를 보면 어느 날 회사로 현금이 들어오는가 싶더니 더 큰 돈이 나가고, 거래가 잘 성사되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취소되고, 멀쩡히 일 잘하던 직원이 돌연 퇴사한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어느 날 저자는 직원들에게 “우리는 파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고통분담 차원에서 월급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의 말이 끝나자 정적이 흘렀다. 그는 회사 사정을 직원들에게 낱낱이 고하고 직원들의 ‘심판’을 기다렸다. 유능한 직원이 그만둔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한 직원이 손을 들더니 그에게 말했다. “사실대로 말해줘서 고맙습니다. 전 직장에서도 이런 일을 몇 번 겪었는데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으면 정말 짜증나거든요.”

사업의 귀재나 부자가 쓴 책은 ‘나는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 당신도 따라하면 된다’는 등의 메시지를 준다. 사장 일기에 그런 메시지는 없다. 다만 작은 회사를 하루하루 꾸려나가며 겪는 ‘사업의 진정한 속살’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우러러볼 만한 성공기가 아니라 “오늘도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의 한숨이 담긴 생존기에 가깝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