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약발 다해가는 한류 동남아를 주목하라
평균 3억7000만 조회수. 지난해 아이치이 등 중국의 다섯 개 플랫폼에서 소개된 한국 드라마 37편의 성적이다. 엄청난 기록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국 드라마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아이치이에서 중국 드라마 250편은 평균 5억7000만 조회수를 달성했다. 상위 10%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난다. 중국 드라마는 평균 35억 뷰, 한국은 12억 뷰에 그친다. ‘한류 열풍’이라 불릴 만큼 인기를 끈 콘텐츠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그저 인기 있는 수많은 외국산 콘텐츠 중 하나일 뿐이다.

플랫폼 전쟁은 “한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과 함께 급변하는 해외 플랫폼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전한다. 저자 김조한은 대학에서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을 전공하고 도시바삼성, LG전자에서 일했다. SK브로드밴드에서 미디어 전략도 담당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넷플릭스 아마존 등 미국 플랫폼뿐만 아니라 아이치이, 완다, 텐센트 등 중국 플랫폼까지 낱낱이 분석한다. 그는 “사드 갈등이 해소되더라도 한류가 다시 살아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한류 이후 새롭게 재편된 세계 미디어 플랫폼을 빠르게 이해하고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플랫폼 업체들은 미국의 가치를 구입하고 활용해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완다가 미국 영화제작사 레전더리픽처스를 35억달러(약 4조원)에 달하는 금액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자본에 인수된 미국 제작사의 영화가, 중국 배급사의 배급을 받아, 중국 자본으로 운영되는 미국에 있는 영화관에서 상영될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이렇게 성장한 중국 플랫폼 업체는 한류의 흔적을 없애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중국에서 한국 콘텐츠는 이미 ‘불청객’ 취급을 받고 있다. 아이치이는 전략을 아예 ‘한류를 추방하라’로 잡았다. 지난해 7월 ‘태양의 후예’가 종영된 뒤 열기가 채 식기도 전 아이치이는 ‘노구문’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으로 ‘태양의 후예’ 인기는 금방 사그라들었다. 여기에 미국 중국 플랫폼의 한국 진출까지 잇따르면 한국은 안방까지 내어줘야 할지도 모른다고 책은 지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동남아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뷰, 훅, 아이플릭스, 비키 등 동남아엔 많은 플랫폼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저자는 “이들만큼 한류에 우호적인 기업이 없고 ‘도깨비’ ‘보보경심:려’ 등 한국 작품을 성공적으로 소개한 경험도 있다”며 “동남아에서 적극적으로 전선을 만든다면 중국을 대체할 새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