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변비 환자가 늘어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변비 환자를 분석했더니 9~10월에 환자가 월평균 8만여 명으로 연간 월평균(7만7000여 명)을 웃돌았다. 가을에는 추석 명절이 있어 다른 때보다 음식 섭취량이 늘어난다. 여름보다 수분 섭취가 줄어 배변 활동에 문제가 생길 위험도 커진다. 자연히 변비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변비환자 상당수는 자신의 증상을 가볍게 생각한다. 의료기관을 찾아 제대로 진단받지 않고 변비약을 임의로 복용하는 사람도 많다. 이 때문에 만성변비로 진행될 위험이 크다. 대장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을 방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을철에 늘어나는 변비의 증상과 원인, 치료 및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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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장에 오래 머무는 상태

변비는 변이 오랫동안 장에 머물며 배설되지 못하는 상태다. 많은 사람이 배변 횟수가 적으면 변비라고 생각하지만 횟수보다는 배변의 질이 변비 여부를 판가름하는 데 더 중요하다. 변을 보고 싶어도 잘 나오지 않거나 잔변감이 남고 단단한 변을 본다면 변비로 의심할 수 있다.

가을에는 수분 부족과 음식 섭취량 증가 때문에 변비 환자가 늘어난다. 가을에는 음식이 많아지고 식욕도 늘어난다. 여름보다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 평소보다 음식 섭취량이 갑자기 늘면 장이 정상적인 활동을 못한다. 변비로 이어지기 쉽다. 가을에는 여름보다 수분 섭취량이 줄어든다. 대기가 건조해 체내 수분도 부족해진다. 변비가 늘어나는 원인이다.

박재석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화기병센터장은 “서구화된 식단, 운동 부족 등 다양한 원인 때문에 변비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을에는 먹을 게 풍부하고 식욕이 왕성해 장에 부담을 주는 데다 수분 섭취가 줄어 장내 운동이 무뎌지고 변이 딱딱해져 변비 환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배변 활동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우리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변비 증상이 있어도 ‘금방 사라지겠지’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넘긴다. 임의로 변비약을 복용하는 사람도 많다. 이 때문에 대장 운동 기능이 떨어지면 만성변비가 생길 위험이 크다. 변비 증상을 잘 파악해 이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배변 횟수 주3회 이하면 변비 의심

변비는 당뇨 갑상샘기능저하증 등 대사성 질환이나 중추신경계 질환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이들 질환을 잘 치료하면 변비도 치료된다. 대장에 문제가 있어 생기는 변비는 이완성 변비와 긴장성 변비로 나뉜다. 이완성 변비는 대장 운동 능력이 떨어져 배변 활동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어린이나 노인 환자가 많다. 오래 누워있는 환자에게도 흔하다.

흔히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줘야 할 때, 잔변감이 있을 때, 딱딱한 변을 볼 때, 배변량이 적을 때 변비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완성 변비는 증상이 다르다. 배변량이 많고 변을 볼 때 어려움이 없더라도 배변 횟수가 주3회 이하이거나 주기가 불규칙하다면 의심해야 한다.

이완성 변비가 있으면 변이 장 속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다. 변의 부피가 작고 단단해진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아랫배 쪽에 딱딱한 것이 만져지기 때문에 소화불량으로 오인하는 사람도 많다.

최근에는 다이어트를 하는 젊은 층에서도 이완성 변비 환자가 늘고 있다. 변비약을 오랫동안 먹은 사람도 이완성 변비가 생길 위험이 크다. 유기원 메디힐병원 부원장은 “변비약은 변의 형상을 부드럽게 하거나 부피를 부풀려 배변을 쉽게 해주므로 항문 스트레스가 줄고 환자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도 “변비약에 길들여지면 약 없이는 대장이 운동하지 않아 이완성 변비가 지속되고 만성변비로 진행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긴장성 변비가 있으면 대장이 지나치게 수축되고 경련을 일으켜 배변을 못한다. 배가 묵직하고 가스가 찬 듯한 증상을 호소한다.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배변을 해도 딱딱하고 토끼똥 같은 작은 덩어리가 나온다. 젊은 환자가 많다.

갑자기 치핵이 생겼거나 변비 설사 등이 생겼다면 대장암도 의심해봐야 한다. 대장에 암이 생기면 배변 습관이 바뀌기 때문이다. 갑자기 변을 보기 힘들어지거나 설사를 하고 변 보는 횟수가 바뀌기도 한다. 피가 묻어나는 혈변이나 검은 흑변을 보는 환자도 많다. 암 덩어리 때문에 대장이 좁아져 변이 연필처럼 가늘게 나오거나 잦은 설사를 하는 환자도 많다. 복부팽만, 복통, 체중 감소, 피로감, 식욕 부진, 소화불량, 구토 등도 대장암 증상이다. 대장암 환자 7명 중 1명은 대장암 진단 전에 변비를 경험한다.

김지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치질과 대장암의 공통점은 혈변”이라며 “40대 이후 중장년층들에게 과거에 없던 치핵이 갑자기 생겼거나 변비 설사 등이 생겼다면 대장암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식이섬유 섭취하고 배변습관 바꿔야

변비가 심하면 장 속 내용물과 장내 세균이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아랫배에 불편함이 느껴지고 복통, 수면장애 등 2차 문제도 생긴다. 변비가 있다면 원인에 맞게 치료해야 한다.

이완성 변비는 대장을 자극해 장운동을 촉진하는 음식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잡곡밥, 생야채, 고구마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 냉수, 우유나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 긴장성 변비는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긴장된 장을 더 자극한다. 소화가 잘 되는 삶은 야채, 쌀밥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변비를 예방하려면 식이섬유를 많이 먹어야 한다. 식이섬유는 장에 낀 노폐물에 흡착해 대변과 함께 배출되는 것을 돕는다. 수분을 흡수해 대변 양도 늘려준다. 성인은 하루 20~30g의 식이섬유를 섭취해야 변비를 예방할 수 있다. 식이섬유를 먹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많이 먹으면 복통, 설사, 복부 팽만감 등이 생길 수 있다. 서서히 양을 늘려야 한다.

잘못된 배변습관도 바꿔야 한다. 배변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장 운동량이 늘어나는 아침이다. 아침식사 직후나 아침잠에서 깬 뒤 매일 일정 시간에 배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대변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면 참지 말고 바로 화장실에 가야 한다. 배변 시간은 3분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유 부원장은 “식이요법이나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효과가 없다면 다양한 검사를 통해 변비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유기원 메디힐병원 부원장(외과 전문의), 박재석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화기병센터장(소화기내과 전문의), 김지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