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 댓글 300개에 150만원.”(한 콘텐츠 홍보대행업체 대표) 영화 공연 음악 등 문화시장에서 인터넷 댓글과 관람 후기를 통한 ‘평점 조작’이 심각하다. 절반 이상이 중복 평점으로 도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평점 조작이 장르를 불문하고 문화 콘텐츠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평소 합법적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확산 기법) 회사로 일하다가도 요청 시에는 스스럼없이 평점 조작에 나서는 전문업체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수십 곳에 달한다는 전언이다. 한 영화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평점이 10점 만점에 7점을 밑돌면 무조건 댓글 업체를 찾는다”고 털어놨다. 음반시장 관계자도 “1억원을 주면 차트 순위권 진입이 가능하다는 말이 이 바닥에서 공공연하다”고 했다.

실제로 인터넷에 올라온 콘텐츠 평점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사례가 다수 눈에 띈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최대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티켓에서 한 유명 공연의 후기를 분석한 결과 56%(9월 기준)가 하나의 ID로 여러 개의 관람평을 올린 중복 게재인 것으로 확인됐다. 10개 이상의 후기를 올린 ID만 43개에 달했다.

포털과 예매 사이트들은 ‘ID 수 제한’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포털은 가상 사설망(VPN) 등을 통한 우회 조작에 무방비이고, ID 수 제한이 없는 곳도 많다.

만연한 평점 조작이 문화시장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창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평점 조작이 경쟁 작품에 대한 ‘평점 테러’로까지 이어지며 콘텐츠시장을 질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병훈/박진우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