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스와 협업한 람단 투아미 디자이너가 자신이 디자인한 옷 사이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파리=민지혜 기자
헤지스와 협업한 람단 투아미 디자이너가 자신이 디자인한 옷 사이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파리=민지혜 기자
LF의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가 지난달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임시매장)는 헤지스의 첫 번째 ‘아티스트 에디션’을 판매하는 곳이다. 아티스트 에디션은 헤지스가 해외 진출을 위해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내놓는 제품군이다. 프랑스 럭셔리 뷰티 브랜드 ‘불리 1803’의 최고경영자(CEO)이자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인 람단 투아미가 첫 에디션의 디자인을 맡았다. 생동감 넘치는 색상을 많이 썼고, 패턴 소재 사이즈 등 모든 면에서 기존 헤지스 제품과 차별화했다.

파리 헤지스 팝업스토어에서 지난주 만난 투아미는 “헤지스라는 브랜드는 이제 막 파리에 진출해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옷이 예쁘다고 사간다”며 아티스트 에디션의 성공을 자신했다.

헤지스 파리 팝업스토어는 불리 1803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야 보이는 비밀스러운 공간에 있다. 이곳은 ‘생각하는 사람’을 만든 유명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이 생전에 작업하던 아틀리에다. 로댕이 작품을 찍어내는 거푸집 틀이 있던 정원을 헤지스 매장으로 꾸몄다. 통유리 천장에서 햇빛이 들어오게 해 옷 색깔이 더 선명하게 보이도록 연출했다.

투아미 CD는 “K패션은 창의적이긴 한데 색상이 다양하지 않다”며 “왜 주로 블랙 화이트 그레이만 쓰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요즘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좀 더 화려하고 많은 색을 쓰긴 하지만 K패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채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생이 흑백이 아니듯, 옷도 다양한 색상을 담아내야 한다”며 “나만의 개성 있고 재미있는 디자인을 헤지스 제품에 충분히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투아미 CD는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헤지스라는 한국 브랜드인데 내가 만들어서 좀 많이 멋있다”는 설명을 붙이기도 했다. 그의 디자인은 이 같은 평소 말투처럼 위트와 유머로 가득하다. 아코디언처럼 펼쳐지는 주름치마는 겉은 검은색이지만 안쪽은 빨강, 노랑, 녹색 등 원색이 보이도록 제작했다. 가방은 겉의 천을 떼어내면 안에 작은 가방이 나온다. 그는 직접 가방을 붙였다 떼어 보이며 “패션은 색상 디자인 어떤 면에서든 창의성을 갖고 있어야 사람들에게 통한다”고 강조했다.

투아미 CD는 디자이너로서 좋은 경험을 더 많이 하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더 재미난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했다. 투아미 CD와 협업한 헤지스 아티스트 에디션은 인터넷몰인 LF몰에서 판매한다. 헤지스는 앞으로도 여러 디자이너와 협업해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파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