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산머루·감·사과 향 품은 와이너리…내 고향 '마법의 술'이 익어간다
오크통이 즐비한 저장·숙성고를 둘러보고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맘껏 맛볼 수 있는 와이너리 여행이 해외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내에도 와인의 원재료인 포도는 물론 머루와 사과, 감 등을 이용한 다양한 콘셉트의 와이너리가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맛과 향이 뛰어난 다양한 종류의 와인 시음은 기본이고 와인의 원료인 과일 재배부터 양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둘러보고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올가을 기후와 토양, 품종, 양조법에 따라 수천 가지 맛과 향을 선보이는 ‘마법의 술’을 찾아 전국 와이너리 탐방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국산 와인 백화점 - 경기 광명 와인동굴

경기 광명 와인동굴은 2015년 광명동굴에 조성된 길이 194m의 와인 테마파크다. 지역에서 와인 한 방울 나지 않는 광명은 전국 27개 지역 49곳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170여 종 와인을 한곳에 모아 단숨에 대한민국 국산 와인의 메카라는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이곳에서 팔린 국산 와인은 전체 판매량의 10%가 넘는 4만3000여 병에 달한다.

동굴 내부는 와인의 역사와 생산지, 글라스와 축제, 제조과정, 라벨 등 와인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알아두면 좋은 와인에 얽힌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광명 와인동굴
광명 와인동굴
와인클래스는 와인 고르는 법부터 보관법, 매너, 시음은 물론 와인을 건강하게 즐기는 법,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 등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참가비는 5000원, 재료비는 별도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팔도 와이너리와 함께하는 와인 시음행사가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린다. 광명 와인동굴은 9월30일~10월9일 추석연휴 기간 한 시간 연장(오전 10시~오후 7시) 운영한다.

고당도 100% 원액 포도주 - 충북 영동 와인코리아

충북 영동은 전국 포도 재배량의 15%를 차지하는 주산지다. 연간 강우량이 적고 일조량이 많은 최적의 기후 조건에서 자란 영동포도는 당도가 높기로도 유명하다.

와인코리아가 있는 영동군 양산면 죽산리 마니산 기슭은 옛 성터와 함께 기암절벽이 빚어낸 절경으로 구름도 지고 가고 바람도 쉬어 간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150㏊ 규모의 농장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샤토마니(ChateauMani) 와인은 레드(드라이·스위트·누보)와 화이트 총 4종이다. 모두 물 한 방울 첨가하지 않은 100% 포도원액 발효주다.
영동 와인코리아 지하토굴 저장소
영동 와인코리아 지하토굴 저장소
샤토마니 와인의 재배부터 양조에 이르는 과정은 지하토굴 저장소와 갤러리, 시음, 와인족욕 등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와이너리 투어를 통해 볼 수 있다. 길이 1.2㎞의 U자형 지하토굴에는 100여 개의 오크통과 병입와인 5만여 병이 저장돼 있다. 매주 화~토요일 운영하며 소요시간은 약 두 시간이다. 비용은 3만원. 허리와 복부, 어깨, 발 등 피로가 쌓인 부위를 풀어주는 와인스팀마스크 체험, 초콜릿·천연비누 만들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코레일이 서울~영동 간 와인시네마열차를 운영한다. 왕복 기준 10만7000원.

유럽풍 농장 와이너리 - 충남 예산 사과와인

충남 예산 고덕면 은성농원은 6000여 그루의 사과나무가 자라는 농장 안에 와이너리와 레스토랑, 세미나실, 숙박시설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은성농원이 설립한 농업회사법인 예산사과와인은 추사(秋史) 김정희 선생의 호를 브랜드로 한 추사와인을 직접 생산한다. 충남 예산이 고향인 김정희 선생의 삶과 정신이 담긴 술로 가을사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추사와인은 2013년 우리술 품평회 최우수상 수상에 이어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 주류 품평회에서 동상을 받았다.
예산 사과와인 ‘추사’
예산 사과와인 ‘추사’
와이너리 투어와 양조 체험, 세미나, 사과파이와 잼을 직접 만들어 보는 요리 체험 등 다양한 산업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0분가량 걸리는 와이너리 투어는 농장 내 생산시설과 숙성실 등을 둘러보고 두 종의 사과와인을 시음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체험비는 5000원. 사과 수확기인 10월 초~ 11월 중순까지는 사과 수확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매년 3~4월 사과나무를 한 그루씩 분양해 가을에 직접 수확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향 좋고 빛 좋은 감와인 - 경북 청도 와인터널
청도 와인터널 나만의 와인만들기 체험
청도 와인터널 나만의 와인만들기 체험
경북 청도 와인터널은 반시(감)로 만든 와인을 저장, 숙성하는 곳이다. 직육면체의 화강암과 적벽돌을 세 겹의 아치 형태로 쌓은 자연석 터널로 대한제국 말기인 1898년 지어져 1937년까지 증기기관차가 지나다니던 곳이다. 2006년 리모델링을 통해 감와인 저장·숙성고로 재탄생했다. 현재 1㎞ 길이의 터널에 15만 병이 넘는 와인이 저장돼 있다. 사계절 내내 15도의 온도와 70~80%의 습도를 유지해 여름철 피서지로도 유명하다.

청도와인 감그린(GamGrin)은 풍부한 향과 깨끗한 맛으로 대통령 취임식은 물론 국내에서 열리는 대형 국제행사에서 건배주로 인기가 높다. 화이트 와인이지만 포도 레드와인에 있는 타닌 성분이 많아 떫은맛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레귤러, 스페셜, 아이스, 아트 등 4종의 와인은 2006년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가 깃든 곳인 만큼 청도 와인터널은 역사기행부터 와인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음 외에도 꿈을 종이에 적어 와인병에 넣어 보관하는 꿈그리기, 자신의 사진으로 와인병을 꾸미는 와인 라벨링 등이 대표적이다. 9~11월 감 따기 체험도 운영한다. 시음과 관람은 무료. 체험비는 3000원부터.

지리산 산머루 와인 - 경남 하미앙 와인밸리

하미앙 와인밸리는 경남 함양군 함양읍 두레마을에 있는 산머루농장 와이너리다. 농장이 있는 지리산 줄기 해발 500m 고지 일대는 한반도에서 산머루가 가장 많이 자생하는 곳이다. 연간 1300㎜의 강수량에 평균 13도 안팎의 기온, 연평균 20~25도에 이르는 일교차가 산머루 생육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반 토양보다 3~6배 많은 게르마늄을 함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자란 산머루를 원료로 만든 와인은 선명한 색과 향, 높은 당도로 인기가 높다.

지역명인 함양의 발음을 외국인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풀어 쓴 하미앙(Hamyang)은 함양 산머루와인 브랜드다. 붉은 노을빛에 물든 보라빛 산머루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와이너리 투어는 홍보관을 시작으로 와인 저장탱크가 있는 지하숙성실, 오코통 저장소인 와인동굴, 갤러리, 레스토랑을 코스로 엮은 30~40분짜리 프로그램으로 무료다. 지하 숙성고에서 3년 이상 저온 숙성한 머루와인을 병에 담고 사진을 찍어 라벨링을 하는 나만의 와인 만들기 체험은 2만5000원.

새콤달콤한 머루의 변신 - 전북 무주 머루와인동굴

머루와인동굴은 전북 무주군 적상면 적성산 중턱 450m에 있는 와인 숙성 저장고다. 1988년부터 1995년까지 무주양수발전소 건설 당시 건설한 굴착작업용 터널을 무주군이 2007년 임대해 머루와인 저장 및 판매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무주는 전국 재배량의 60%를 차지하는 머루 주산지다. 머루는 노화와 치매, 심장병, 뇌졸중은 물론 항암 효과가 포도에 비해 10배 이상 높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10대 건강식품에 선정됐다. 현재 동굴에서 판매하는 머루와인은 무주에 있는 덕유양조(구천동머루와인), 무주군산림조합(루시올뱅), 샤또무주(샤또무주), 산들벗(마지끄무주), 칠연양조(붉은진주) 등 5곳에서 제조한 것들이다. 시중 가격보다 약 15% 싸다.
경남 하미앙 와인밸리 와인족욕 체험
경남 하미앙 와인밸리 와인족욕 체험
동굴 입장료 2000원을 내면 머루와인 한 잔을 무료 시음할 수 있다. 머루쿠키, 푸딩 만들기, 와인족욕 등 체험 프로그램은 방문 3~4일 전에 미리 예약해야 참여할 수 있다. 무풍면에 있는 샤또무주에서도 와인, 잼, 파이 만들기와 와이너리 견학, 시음 프로그램을 예약제로 운영한다. 시음과 와이너리 투어는 5000원, 체험은 2만원부터.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