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눈 속으로의 산책
눈밭에 나무 몇 그루가 서 있다. 흰 종이에 붓으로 나무를 그려 넣은 수묵화 같은 이 사진은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한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작품이다.

키아로스타미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영화를 제법 안다는 사람들은 한 번쯤 본 수작이다. 공책을 돌려주기 위해 친구의 집을 찾아 나선 이란 소년을 그린 이 영화는 단순하고 미학적인 구도, 짧지만 재미있는 대사로 동심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키아로스타미가 남긴 사진작품 ‘눈’ 시리즈는 그가 만든 영화처럼 함축적이다. 설경을 넘어선, 고요하고 담백한 이미지의 정수다. 영화에서 보여줬던 키아로스타미의 서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소울아트스페이스 10월21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