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다이애나와 워홀이 사랑한 시계…'셀럽'들의 주얼리
다이애나 왕세자빈
다이애나 왕세자빈
앤디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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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들롱
알랭들롱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면.”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차드 버튼, 소피아 로렌과 카를로 폰티 등 유명한 연인들은 사랑의 징표로 ‘까르띠에(Cartier)’를 선택했다. 팔목에 꼭 맞는 러브 브레이슬릿을 서로에게 채워주면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다. 특수 제작된 스크류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여야 하는 러브 브레이슬릿은 1970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도 연인들의 사랑 고백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트리니티 링
트리니티 링
◆ 왕실이 사랑한 주얼리

까르띠에의 시작은 18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파리의 보석상에서 일하던 루이 프랑수아 까르띠에는 보석상을 인수하면서 자신의 성(姓)을 브랜드로 만들었다. 하트와 마름모꼴로 둘러싸인 자신의 이니셜 L과 C를 장인마크로 등록한 뒤였다. 1899년 파리 뤼드라페 13번지로 자리를 옮긴 까르띠에는 3명의 아들에게 해외 경영을 맡겼다.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준비한 것이다. 루이 조제프는 파리 본사를 담당했고, 자크 테오뒬은 런던, 피에르 카미유는 뉴욕에 각각 터를 잡고 사업을 확장했다. 1909년에는 런던과 뉴욕에 부티크를 열었다.
매뉴팩처 까르띠에
매뉴팩처 까르띠에
아들 세대로 내려가면서 까르띠에는 세계 최고의 보석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영국의 국왕 에드워드 7세는 1902년 자신의 대관식을 위해 27개 티아라 제작을 까르띠에에 맡겼다. 에드워드 7세는 까르띠에를 최초의 ‘영국 황실 보석상’으로 임명했다. 이후 까르띠에는 스페인 포르투갈 러시아 태국(당시 시암) 그리스 세르비아 벨기에 루마니아 이집트 알바니아 왕실과 모나코 공국 등으로부터 그 나라 왕실의 보석상 자격을 받았다. 기술력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주얼리 브랜드로 인정받은 것이다.

◆ ‘영원한 사랑’의 상징

창업자 손자인 루이 까르띠에는 까르띠에를 크게 성장시킨 인물이다. 그는 1924년 자신의 친구인 장 콕도 시인에게 화이트골드, 옐로골드, 핑크골드 세 가지 색의 링이 겹쳐진 형태의 반지를 선물했다. 세 가지 색의 링은 하모니와 조화, 영원한 사랑을 의미한다. 심플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의 이 ‘트리니티’ 반지는 지금까지도 결혼 예물로 많은 연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까르띠에를 대표하는 주얼리는 ‘러브’ 컬렉션이다. 1969년 처음 출시된 러브 브레이슬릿은 전용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여 착용해야 한다. 헌신적 사랑,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이 팔찌는 까르띠에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이 팔찌를 만든 알도 치풀로 디자이너는 중세의 전사가 아내에게 채운 정조대에서 착안해 제품을 디자인했다. 손목에 채운 뒤 특수 제작한 드라이버로 고정시키는 잠금장치의 탄생 배경이다. 한 번 채운 뒤 빼지 않도록 하는 행위 자체가 헌신적 사랑, 서로에 대한 맹세를 의미한다는 얘기다.

‘저스트 앵 클루’ 브레이슬릿도 까르띠에의 대표 제품이다. 못이 팔목을 감싸는 형태의 이 주얼리는 강인한 인상과 부드러운 우아함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디론가 계속 뻗어나가는 에너지, 길들일 수 없는 자유로움 등을 상징하는 디자인이다. 까르띠에의 팔찌 제품은 대부분 시계와 같이 찰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여러 개의 팔찌와 시계를 같이 착용하는 레이어링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2010년 이후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 주얼리 같은 시계
[명품의 향기] 다이애나와 워홀이 사랑한 시계…'셀럽'들의 주얼리
까르띠에가 초창기 주얼리로 사랑받았다면 최근에는 ‘주얼리 같은 시계’로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14년 내놨던 ‘팬더’ 워치는 불어로 ‘표범’을 뜻한다. 표범의 반점 무늬를 넣은 팔찌 같은 시계를 만들었다. 까만 오닉스와 새하얀 다이아몬드로 반점을 표현한 디자인, 팔찌처럼 팔목에 부드럽게 감기는 스트랩, 심플한 다이얼 등이 여심을 자극했다. 까르띠에는 팬더 시계를 통해 강인하면서도 온화한 여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루이 까르띠에의 연인이자 동료였던 잔느 투상이 구현해 낸 여성상이었다. 1933년 까르띠에 하이주얼리 제작부서 디렉터였던 잔느 투상은 강인하면서도 우아한 표범을 까르띠에 이미지로 자리매김시켰다.

까르띠에는 이후 중성적 느낌의 시계를 줄줄이 히트시켰다. 토노, 토튀, 탱크, 베누아, 팬더, 파샤, 발롱 블루, 칼리브 등은 전 세계 여성이 갖고 싶어하는 시계가 됐다. 네모난 시계의 인기를 주도했던 ‘산토스’는 루이 까르띠에의 절친이자 브라질의 비행사였던 알베르토 산토스-뒤몽을 위한 선물에서 시작됐다. 스트랩과 시계 케이스를 연결하는 러그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시계가 1904년 제작된 산토스였다. 비행 중에는 포켓 워치를 꺼내 시간을 보기 어렵다는 데에 착안해 러그를 부착한 손목시계를 개발했다.
[명품의 향기] 다이애나와 워홀이 사랑한 시계…'셀럽'들의 주얼리
1912년에 나온 베누아, 2007년에 출시한 발롱 블루는 클래식한 원형 시계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발롱 블루는 문자판이 회전하는 복잡한 시계로, 2007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최고의 여성시계 상’을 받기도 했다. 2015년 출시한 클레는 정사각형의 산토스, 직사각형의 탱크와 함께 까르띠에를 대표하는 시계가 됐다. 시간과 날짜를 수정하기 위해선 예전 벽시계 태엽을 감는 것처럼 열쇠를 돌려주는 동작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시계 이름을 불어로 ‘열쇠’를 뜻하는 클레로 정했다. 2016년 첫선을 보인 남성시계 드라이브는 사각형 모서리를 둥글게 굴려놓은 독특한 디자인의 다이얼이 특징이다.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보여주려는 까르띠에의 브랜드 철학이 담겨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