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깊어진 만큼 가을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강원 평창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초가을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바람에 살랑이는 코스모스와 구수한 메밀향이 밀려오면 이효석 선생의 소설처럼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은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으로 변한다. 소설처럼 메밀밭은 염전같이 하얗게 변했다. 이제 진짜 가을이 온 것이다.
강원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화마을은 매년 9월 무렵 너른 메밀 꽃밭이 펼쳐지는 가을여행의 명소다.
강원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화마을은 매년 9월 무렵 너른 메밀 꽃밭이 펼쳐지는 가을여행의 명소다.
메밀향과 함께 퍼지는 문학의 향기

메밀꽃 필 무렵인 9월의 봉평에는 아스라한 낭만이 물씬 묻어 있다. 낭만의 흔적을 찾아서 해마다 이맘때면 여행객이 메밀밭을 가득 채운다. ‘너무 흔한 여행지’가 된 것 같은데도 봉평은 올 때마다 푸근하다. 화려하지도 않고 달달하지도 않은데 언제 먹어도 구수한 숭늉처럼 살가운 느낌이 감돈다. 효석문화마을 일원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너른 메밀 꽃밭이 조성됐다. 관람 편의를 위해 꽃밭 사이로 거미줄처럼 오솔길도 조성돼 있다. 효석문화마을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 마을이다.

소설 속 ‘허생원’과 ‘동이’가 드나들던 주막인 충주집, 허생원과 ‘성씨 처녀’가 사랑을 나눴던 물레방앗간 등이 만들어져 있다. 주변에는 소설의 모티브인 메밀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복원된 이효석 생가, 평양에서 살던 푸른집과 북카페 집필촌 등도 있다. 인근에 이효석 선생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연대기별로 살펴볼 수 있는 이효석문학관도 있다.

‘이효석문학관’은 선생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연대기별로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유품과 초간본, 작품이 발표된 잡지와 신문 등이 전시돼 있다. 문학정원 메밀꽃길 등이 조성돼 있어 산책하기 좋다.

폐교를 복원해 조성한 예술인촌 ‘평창무이예술관’은 서양화가 정연서, 조각가 오상욱, 도예가 권순범, 서예가 이천섭 등이 창작활동을 하는 곳이다. 운동장은 대형 조각작품을 전시하는 야외 조각공원으로 꾸며져 있으며, 예술관 앞에는 넓은 메밀꽃밭이 조성돼 있다.

무이예술관 앞에서 허브마을을 돌아 봉평을 관통하는 계곡이 흥정계곡이다. 흥정계곡은 흥정산(1278.5m)과 회령봉(1309m) 사이에서 발원해 봉평면의 흥정리 원길리 창동리 평촌리를 거쳐 용평면 백옥포리까지 이어지는 계곡으로 울창한 숲과 협곡을 따라 흐르는 물이 사시사철 풍부한 곳이다.

태기산의 아침풍경 평창강의 절경

하늘에서 보면 고구마처럼 길쭉하게 생긴 붓꽃섬은 흥정천이 두 갈래로 갈렸다가 무이천과 합류하는 지점에 자리한 2만㎡ 규모의 섬으로 아트인아이리스아일랜드란 이름의 펜션과 오토캠핑촌이 들어서 있다. 붓꽃섬에서 캠핑을 한 사람들에게는 아름드리 잣나무 숲을 방문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태기산 자락에 하늘을 가릴 정도로 들어선 잣나무숲의 공기는 상큼하면서도 단 맛이 난다. 단 10분만 서 있어도 몸속의 모든 나쁜 것들을 배출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우리나라 최고 힐링숲이다.

태기산은 일명 덕고산이라고 불리며, 삼한시대 말기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신라군에 쫓겨 이곳에 태기산성을 쌓고 군사를 길러 신라와 싸웠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태기산 줄기를 따라 차를 타고 올라가면 태기산 풍력발전단지가 나온다. 걸어서 올라가면 수많은 야생화를 볼 수 있고 차를 타고 올라가면 오프로드를 달리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태기산은 새벽에 올라가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산을 타고 넘실거리는 구름의 향연이 마치 신선의 세계를 침범한 것 같은 절묘한 느낌을 준다.

평창군 남부에 있는 매화마을은 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평창강과 기암절벽, 우뚝 솟은 산세, 그리고 소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곳이다. 갈림길에서 숲길을 가다가 나타나는 평창강 절벽 위의 아양정과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평창강의 모습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숲길을 지나 강변으로 내려서면 전형적인 평화로운 농촌의 모습이 펼쳐진다. 여울목길과 강변길은 평창강의 경관과 주변 산세를 감상하며 걷는 길로 다기능복합지원센터, 쉼터와 소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구간별로 편의시설 및 쉼터를 조성해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정비했다.

강변길을 지나 작은 산을 올라 오솔길로 들어서면 솔향기가 물씬 풍기는 솔밭이 나타나고 돌아오는 소나무 숲길은 자연 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매화마을 녹색길은 평창읍 응암리 일원으로 약 4.1㎞이며 소요시간은 1시간20분 정도다.

다채로운 프로그램 평창효석문화제

2017 평창효석문화제가 오는 10일부터 소설처럼 아름다운 메밀꽃을 주제로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2017 평창효석문화제가 오는 10일부터 소설처럼 아름다운 메밀꽃을 주제로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2017 평창효석문화제가 오는 10일(일)까지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이번 문화제는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작품 속 주인공인 허생원과 성처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와 메밀꽃의 꽃말인 ‘연인’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처럼 아름다운 메밀꽃’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이효석문학관을 중심으로 문학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문학마당은 문학 산책, 문학특강, 거리백일장, 독서토론회 등 다양한 문학행사를 경험할 수 있다. 소설 속 주요 소재인 메밀꽃과 배경인 물가를 활용한 자연마당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메밀꽃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이 가장 인기. 메밀꽃밭 포토존에서는 추억의 DJ박스, 사랑의 엽서쓰기, 소원 풍등 날리기 등으로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소설 속 시골장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전통마당과 봉평장마당은 시골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 전통 민속놀이도 즐기고, 메밀음식 먹거리 촌에서 봉평 메밀 맛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소설 속 메밀꽃밭에서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자연마당에서 나귀를 타고 메밀꽃밭을 걸어보는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메밀꽃 깡통열차를 타고 메밀꽃을 즐기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이효석문화제에서 빠질 수 없는 소설 체험북. 체험북은 작가, 마을에 대한 소개와 축제장 곳곳에 숨겨진 기념 스탬프를 찾아 도장을 찍어오면 선물도 준다. 체험북 구매 시 메밀꽃밭과 이효석 주제존인 문학관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이효석문학선양회
태기산 풍력발전단지
태기산 풍력발전단지
여행메모

봉평을 대표하는 음식은 역시 메밀이다. 그중에서 오숙희 미가연 대표는 최근 메밀요리연구소를 열고 다양한 메밀요리를 만들어낼 만큼 메밀음식에 대한 열정이 크다. 미가연은 봉평 전통음식인 메밀국수와 메밀전병 맛이 뛰어나다. 한우는 평창한우마을이 잘한다. 이효석의 일대기가 궁금하다면 이효석문학관으로, 평창 예술인들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평창무이예술관(봉평면 무이리 58)으로 가보라. 아이리스 캠핑장은 이효석 문학의 숲 방면 흥정계곡 쪽에 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