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인터뷰’에서 열연하고 있는 김재범(왼쪽)과 박건형.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뮤지컬 ‘인터뷰’에서 열연하고 있는 김재범(왼쪽)과 박건형.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지난달 29일 서울 동숭동 DCF대명문화공장에서 개막한 ‘사의 찬미’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실종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뮤지컬이다. 일본에서 조선으로 향하는 배에 타고 있던 두 남녀의 실종사건, 이들의 운명과 연관된 희곡 한 편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 뮤지컬은 지난 6월26일 첫 티켓 오픈 이후 인터파크의 뮤지컬 티켓예매 주간 평균 순위에서 세 차례에 걸쳐 3위에 올랐다. 인터파크 티켓 예매 상위권은 1000석 이상 대극장 공연이 휩쓰는 게 일반적이다. 이 공연장이 400여 석 규모임을 감안하면 큰 성과다.

대학로에서 미스터리 뮤지컬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흥행한 소극장 뮤지컬(6개월 이상 장기 공연작품 제외) 가운데 상당수가 미스터리물이다. 6월 TOM(약 300석)에서 개막한 미스터리 뮤지컬 ‘인터뷰’는 5월10일 첫 티켓 오픈을 한 뒤 인터파크 뮤지컬 티켓예매 주간 평균 순위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10위권에 들었다. 3~5월 유니플렉스(약 300석)에서 공연한 ‘스모크’도 총 공연기간(15주) 중 9주 동안 10위 안에 들었다. 5위 안에 든 적도 인터뷰는 두 번, 스모크는 세 번 있었다. 인터뷰는 어렸을 때 학대를 당해 다중인격자가 된 인물을 다뤘다. 스모크는 시인 이상의 창작 스토리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물이다.

대형 뮤지컬 공연계 관계자는 “뮤지컬 팬층이 생기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는 로맨틱코미디물이 대세였고 최근까지는 동성애를 소재로 한 뮤지컬 열풍이 불었다”며 “이제 미스터리물로 유행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공연계 종사자는 “미스터리물은 관객 입장에서 생각할 거리가 많아 뮤지컬 마니아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며 “인터넷 공연 커뮤니티에 미스터리 뮤지컬의 내용을 분석하거나 이를 주제로 토론하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미스터리물은 난도가 높아 마니아층이 아닌 사람에게까지 폭넓게 인기를 얻지는 못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 관객은 인터파크에 남긴 사의 찬미 관람 후기에 “캐릭터들은 입체적으로 변화해가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생략돼 있어 배우와 관객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극을 끌어가는 캐릭터가 이해되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 후기는 23일 현재 사의 찬미 관람 후기 중에서 가장 많은 공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